[시론]강희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세종·충청본부장

그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믿었다.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매일 열심히 일했고, 주말에는 지인들과 골프를 즐겼다. 그저 가끔 속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안 돼 소화제를 먹었을 뿐이었다. 50대 초반에 이 정도면 건강한 편 아닌가. 건강검진은 귀찮기도 하고 노인들이나 아픈 사람들이 받는 거라고 생각해 받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체중이 줄어들고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아 가족의 권유로 암 검진을 받았다. 위암 말기. 너무 늦게 발견한 탓에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는 처와 어린 자식을 남겨둔 채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도 병마는 예외 없이 찾아온다. 해발 4000m가 넘는 산의 정상에도 올라가 본 튼튼한 사람이 유방암에 걸리거나 주말야구를 즐기던 평범한 직장인에게서 간암 증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심지어 술과 담배, 맵고 짠 음식을 멀리하며, 소식(小食)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도 위암에 걸린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조차 갑자기 중병에 걸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질병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수시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건강검진을 꼭 받아야 하는 이유다. 건강검진으로 질환의 징후를 발견해 조기에 치료한다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 중년을 넘어 20~30대까지 위협하는 고혈압과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검진을 받아야 한다.

만성질환은 합병증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완치가 불가능해 한 번 걸리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암검진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증상을 자각할 정도면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정도로 암세포가 전이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1~2년마다 정기 건강검진을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발병비율과 검진효율이 높은 위암과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국가암검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시기와 주기가 다르며, 대부분 10%의 본인부담금만 내면 받을 수 있으니 자신이 받아야 하는 검진항목을 확인하자.

건강검진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2013년 공단 건강검진을 받은 1138만여명 중 18.4%인 209만여명이 질환을 발견했다. 병이 의심되는 질환의심자도 363만여명으로 32.9%에 이른다. 수검자의 절반 이상에게 질병을 조기에 치료하거나 예방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검진평가 관리체계 또한 개선을 거듭해, 지난 8월에는 국제표준인 ISO9001을 획득하기도 했다.

질병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1970년 61.9세에서 2014년 81.8세로 꾸준히 증가한 반면 질병 없이 살아가는 나이를 뜻하는 건강수명은 73세에 불과하다. 즉 평균적으로 인생의 마지막 8년 정도를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평생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9월 1일에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해 2025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70%를 이룩하는 한편 빅데이터와 지역사회 의료자원을 연계한 '건강수명 향상을 위한 전 국민 맞춤형 건강관리'를 전략 목표로 삼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건강수명 향상을 위한 첫걸음이 건강검진이다. 아직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더 미루지 말고 검진기관을 방문하자. 정기적으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면서, 평생 건강한 삶을 누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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