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피살 불안한 천안

"세상이 왜 이래요. 딸 가진 부모들은 이제 어떻게 하나요."

10일 밤 9시50분.

야간 자율학습 중인 천안시 신부동 B여고 앞 도로는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 지난 10일 밤 천안의 한 여고 교정에서 학부모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친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천안=채원상 기자
2학년 학부모 김모(44·여)씨는 "집이 가까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끔찍한 일들이 계속 터져 마중을 나왔다"며 "오늘 따라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평소보다 두 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도심에서 3㎞ 정도 떨어진 외곽에 위치한 C여고는 시내 학교보다 상황이 더 심했다.

학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타고 온 차량과 학원차량들이 교내는 물론 300여m에 이르는 진입로에까지 꼬리를 물고 서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것도 안심되지 않는 듯 비를 맞으면서 교실 쪽을 하염없이 바라다보고 있었다.

학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C여고 1학년 김모(16)양은 "동료들 사이에서 사건과 관련된 이상한 괴담이 꼬리를 물고 있다"며 "하숙을 하는 친구는 한 번 귀가하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불안을 반영하듯 면학 열기가 뜨거웠던 독서실에도 빈 자리가 크게 늘었다.

K독서실 주인 이모(43·성정동)씨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여학생 숫자가 평소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당분간 집 앞까지 차량을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여고들은 야간학습을 평소대로 강행하기로 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부모 정모(53)씨는 "실종된 여학생이 수능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가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며칠 만이라도 야간학습을 중단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과열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학교의 비정함을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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