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주진석 사회교육부장

사상 최악의 폭염 속 ‘청주시 수돗물 단수사태.’

청주시민들은 청주시와 청주시의회의 이번 단수사태 위기관리 대응 능력의 민낯을 지켜보며 ‘실망 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수돗물 단수 피해 가구가 어느 정도 되는지, 단수사태 원인은 무엇인지, ‘이랬다 저랬다’, 청주시와 시의회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한심’ 그 자체였다. 이승훈 시장과 김병국 시의장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비난 여론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짚어보자. 수돗물 단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지난 1일부터 나흘 정도였다. 일부 고지대에서는 이보다 더 긴 시간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당초 시는 단수사태 피해 가구가 2000여 가구라고 밝혔다. 그러더니 피해 가구가 5000여 가구라고 번복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시는 “피해가구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며 스스로 ‘무능’을 인정했다. 결국 시는 최근 수돗물 단수 사고로 2만여 가구와 점포가 피해를 입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청주시의 주장보다 네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중요한 것은 ‘양치기 소년’처럼 번복과 번복으로 거듭된 청주시의 발표는 이미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시는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고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이 또한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시민들의 반응이다. 이유인 즉, 사고원인조사위원장에 전 청주시 간부공무원이 내정됐기 때문이다. ‘가재는 게 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전 청주시 간부공무원이 시의 잘못으로 비롯된 수돗물 단수사태의 원인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다.

시는 또 단수피해 가구에 손해배상을 해준다며 피해 접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많다. 어떤 기준으로, 피해 배상액을 계량화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수돗물 단수사태에 대응하는 시의회의 모습은 더욱 한심했다. 김병국 의장은 단수사태가 최고조였던 지난 4일 의회차원의 조사특위를 구성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큰 소리쳤다. 그랬던 김 의장이 불과 1주일만에 청주시가 원인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사 특위 구성 계획을 없던 일’로 하겠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상임위원회별로 해외연수를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고통 받은 시민들을 뒤로한 채 해외연수를 떠난다니 시민들은 김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 전체를 “한심하다”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상황이 이렇자 곧바로 최진현·최충진 의원 등 수돗물 단수사태 피해가 집중됐던 상당구지역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조사특위는 예정대로 구성한다”며 김 의장의 입장을 뒤집었다. 이들 의원들의 발표는 ‘시의회의 자중지란’으로 비춰졌다. 우여곡절 끝에 시의회는 지난 19일 조사특위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던 시의회는 결국 들끓는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조사특위를 구성한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리더십은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추락한 시의회의 이미지다.

일부 시민들은 시의회의 존재가치에 대해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시의회의 태생적 이유는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이다. 시민들을 대신해 청주시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 견제하라는 이유로 시의회는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수돗물 단수사태에 대응하는 시의회의 모습은 실망을 넘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원인 제공자인 청주시의 모습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청주시와 시의회의 한심한 모습은 ‘도긴개긴’이다. 이승훈 시장과 김병국 의장은 더 이상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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