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대환 교육문화팀장

상아탑(象牙塔)은 원래 구약성경 ‘너의 목은 상아로 만든 탑 같고’라는 구절에서 온 말로 학문이나 예술지상주의를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학문에 매진할 수 있는 대학을 가르켜 상아탑이라고 불러온 이유다.

과거 대학은 지성과 낭만이 있었고 자유로운 사상과 학문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했다. 물론 그 즈음에도 농촌에 사는 가난한 학부모가 소를 팔아서 마련한 등록금으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으로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 시절 첩첩산중 시골마을에서 명석한 두뇌 하나만 갖고 상경해 대학에서 학문에 매진하던 가난한 대학생은 농가보물 제1호인 소까지 팔아야만 했던 부모의 헌신을 밑거름 삼아 제법 괜찮은 직장과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소까지 팔아가며 우골탑(牛骨塔)에 자식을 맡겼던 가난한 학부모들은 힘들었지만 졸업 후 훌륭하게 사회에 자리잡은 자식을 보는 것 만으로도 모든 희생을 감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학은 상아탑에서 우골탑을 넘어 인골탑(人骨塔)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 대학 등록금은 어지간한 탑보다도 높게 치솟아 이제는 소 한 마리를 팔아서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려면 소 대여섯 마리는 더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얼마전 한 포털에서는 사립대 학생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한 푼도 쓰지않고 평균 611시간을 일해야 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올해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이 무려 735만여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부모에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진 요즘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 때문에 과거 대학생들이 누리던 낭만은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학과 수업은 물론 취업을 위해 취득해야만 하는 각종 자격증 준비, 외국어 공부, 봉사활동,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다보니 낭만을 즐길 틈을 찾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에는 ‘열정페이’라 불리는 인턴과정까지 반강제 필수사항이 되어가고 있어 대학생들이 해야할 일들은 더 늘고 있다. 게다가 취업의 문은 점점 더 좁아지는 상황에서 졸업을 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도 전부터 학자금 대출 때문에 채무자가 되어버릴 수 밖에 현실은 안타깝기 까지 하다.

이같은 현실은 연애·결혼·출산이라는 전통적인 가족 구성에 필요한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인 ‘삼포세대’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급기야 최근에는 심각한 취업난 때문에 ‘삼포세대’에 더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과 꿈까지 포기해야 하는 ‘오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멀지않은 과거 대학생과 학부모의 고난을 상징했던 우골탑(牛骨塔)은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과 동시에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자신의 꿈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인골탑(人骨塔)이 되어버린 요즘 대학의 현실은 벗어나기 너무 버거워 보인다.

이제 곧 대학생들의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개강한다.

인골탑(人骨塔)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고단한 우리의 대학생들이 힘들더라도 미래만큼은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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