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이명현 대전지방보훈청장

일제 강점기때 우리 민족의 심정을 가장 잘 대변한 백범일지에는 '하나님께서 나의 소원을 물으신다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우리나라의 독립이오'라는 내용이 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으로 분단 70년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미래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원년이기에 광복절의 의미가 남다르다.

1945년 8월 15일 한반도 방방곡곡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맨발로 뛰쳐나와 한마음이 되어 얼싸안고 울었다. 그때 흘린 눈물은 일제 치하 35년간의 서러움보다 조국을 되찾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날의 감격과 환희가 금수강산에 이어질 때 이제부터 우리 민족의 앞날은 자유와 독립,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듯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좌·우익 논쟁 등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당시 국제 여건과 시대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동서냉전 체제의 굴레 속에서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게 됐다.

우리는 6·25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전몰용사, 그리고 전상군경과 유족들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이제 한 분, 두 분씩 한 많은 생을 뒤로 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최근까지도 남북 대치로 인한 연평해전, 천안함 등 육·해·공군의 젊은 장병들의 아까운 희생과 유가족들의 비통함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국민의 호국의식과 나라사랑 정신은 국가유지를 위해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유지를 위한 '국가보훈'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국가보훈은 국가를 위해 공헌한 국가유공자들과 그 유가족들의 안정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신적,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다음 세대까지 지속해서 계승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법률과 제도로 뒷받침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곳이 정부부처의 하나인 국가보훈처이다.

세계역사를 보면, 보훈은 강대국 존립의 필요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에 국립묘지를 선정해 전몰자를 안장하고 그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이룬 징기스칸도 전사자의 자녀를 왕자들과 똑같이 양육하도록 해 부하가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유럽의 패권주자였던 로마는 노병에 대한 보상실시로 유럽 최초 보훈제도를 발전시켰으며, 미국은 전쟁포로와 실종자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국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희생의 가치가 존중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보훈정책을 보면, 군사원호청으로 시작한 이래 독립부처로 존속은 했으나 장·차관급 등락을 거듭해왔다. 처음 보훈처 창설 당시 보훈 대상자는 15만명이었으나 지금은 15배 넘은 242만여명에 달한다. 업무영역이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전쟁을 치룬 나라로서 유엔 참전국이 있었던 나라에 보훈외교 차원에서도 격을 유지하기 위해 승격할 필요가 있다.

보훈처의 위상이 타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현실을 국가유공자에 대한 홀대로 인식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보훈정책의 후퇴를 우려하며 상실감을 갖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중 '행정 각 부'의 하나로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서 보훈행정을 관장함으로써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원한다. 또한 미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의 여러 선진국들은 보훈부(部)로 편제해 수준 높은 보훈에 대한 예우를 실시하고 있음을 우리는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이때에 국가보훈이라는 가치를 통해 우리사회의 지역·세대·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통합 및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로 성장해야만 더 강한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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