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안경전의 9000년 한민족사 이야기⑬

-나라 이름이 '환국=밝은 나라'인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까요.

“‘환단고기’의 ‘삼성기’ 상권을 보면 그 첫 문장에 '오환건국(吾桓建國)이 최고(最古)라' 즉 '우리 환이 나라를 세운 것이 가장 오래 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일반적으로 동서양 종교나 신화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어떤 나라나 사람보다 신(神)을 가장 먼저 앞세웁니다. 그런데 ‘환단고기’에서는 나라를 세운 이야기, 나라를 세운 주인공을 첫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핵심단어는 오환(吾桓) '우리는 환(桓)이다'입니다. 이 책을 쓰신 안함로 법사가 우리 한민족의 정체성을 천명한 것입니다. 밝을 환(桓) 자, 그 한 글자에 한민족과 인류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이 환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어떤 경계가 없는 광명이란 뜻입니다. 한민족이 생겨나고 존재하는 바탕, 나아가 그 특성은 오직 하나, 대우주의 광명이라는 것을 밝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류의 어머니인 지구, 이 땅의 광명은 단(檀)이라 합니다. 그래서 환단(桓檀)이란 바로 천지광명을 의미합니다. 모든 사람의 몸과 영혼에 깃들어 있는 천지광명, 그것이 바로 환단입니다. 우리가 대한(大韓)이라고 할 때 그 한(韓) 역시 광명의 뜻입니다. 사람에 깃들어 있는 광명입니다. 그래서 한이라는 존재는 천지광명의 주체이면서 동시에 우주 역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뜻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한반도에 살고 있는 한국인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태고시대부터 인간으로 태어난 모든 사람, 지금 이 순간 지구촌의 70억 형제들, 앞으로 역사를 계속 끌어가는 모든 인간을 가리킵니다. ‘환단고기’의 첫 번째 책 ‘삼성기’ 상권이, 그것도 다름 아닌 첫 문장으로 환桓에 대한 놀라운 선언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환단고기’가 전하는 환국은 실제로 어떤 나라였습니까.

“광명한 나라, 광명한 시절이었습니다. 광명이란 신과 대자연과 소통하면서 평화와 행복이 넘치고 건강과 장수문화가 꽃핀 것을 말합니다. 지금 인류가 바라는 것도 그러한 경지 아닙니까. ‘삼성기’ 하권을 보면 환국은 모두 일곱 분의 환인들께서 대를 이어 3,301년 동안 나라를 이끌어 갔습니다. 평균 재위기간이 470년이나 됩니다. 지금 상식으로는 믿지 못한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당시는 모든 이들이 천지광명 속에 살았던 까닭에 도통한 존재로 무병장수했습니다. 동양의학의 첫 번째 경전으로 일컬어지는 ‘황제내경’에도 보면 사람이 그처럼 하늘 그 자체가 돼서 살던 그때를 진인(眞人)시대라 했습니다. 그 다음이 지인시대, 이어 성인시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의서의 제1장을 보면 사람이 어떻게 무병장수할 수 있는가, 그 비법의 핵심을 밝혀 놓았습니다. 황제(黃帝) 헌원이 기백천사에게 '옛 사람들은 다 100년 넘어 살았는데 왜 지금 사람들은 그렇게 오래 살지 못하는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기백천사가 '옛 사람들은 자연의 음양 법칙과 조화를 이루고 천지법도를 지켜 대자연의 생명력을 보존해서 오래 살 수 있었다'고 답합니다. 몸과 마음이 밝고 맑은 경지가 돼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환국에 대해 전하는 기록이 ‘환단고기’ 외에 또 있습니까.

“‘삼국유사’ 고조선조에 환국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임신(壬申)년 그러니까 1512년 조선 중종 때 간행된 ‘삼국유사’ 임신본을 보면 석유환국, 곧 옛 적에 환국이 있었다고 간결, 명쾌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대목 때문에 오히려 환국의 존재가 송두리째 실종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일제 때 식민사학자인 이마니시 류(今西龍)가 이 대목을 석유환인(昔有桓因)이라고 조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인류 첫 나라이자 3000여 년을 지속한 제국(환국)을 단지 한 명의 개인(환인)인 것처럼 날조해 버렸습니다. 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 몸담고 있던 그가 조선 역사를 일본보다 짧은 것으로 깎아내리기 위해 ‘삼국유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냈던 것입니다. 이는 실로 한국 고대사의 핵(核)을 도려내버린 사건입니다. 한민족과 인류의 뿌리인 환국을 역사에서 지워버림으로써 그것을 계승한 배달과 단군조선(고조선)까지 허구의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사의 영혼이 말살되고 한민족의 7000년 상고사가 통째로 잘려 나갔습니다. 그것보다 더 통탄스러운 것은, 광복 이후 한국의 사학자들이 그 같은 식민사학을 추종해 환국과 배달을 부정하고 환인·환웅·단군을 그저 신화의 인물로 전락시킨 일입니다.”

-환국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배달로 계승됐습니까.

“3300여 년을 지속하던 환국은 지금부터 6000여년 전 인구 증가와 물자 부족, 기후 변화 등으로 나라 경영이 어려워졌습니다. 이때 서자부(庶子部) 부족의 환웅이 새로운 터전의 개척을 갈망했습니다. 그래서 환국의 마지막 임금이던 지위리(智爲利) 환인께서 환웅을 동방으로 보냅니다. 새 터전을 개척하는 선봉장으로 환웅을 세우고 왕통 계승의 상징으로 천부(天符)와 인(印)을 내려주면서 3000의 문명개척단을 함께 내려 보내게 됩니다. 환국의 동방 백두산에 도착한 환웅은 신시(神市)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 이름을 배달이라 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삼신상제님께 천제(天祭)를 올려 새로이 나라 세움을 고하였습니다. 이 분이 바로 배달의 초대 거발환(居發桓)환웅으로 한민족사에서 동북아 최초 국가인 배달이 이렇게 열렸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환인께서 환웅에게 내려준 천부와 인입니다. 한마디로 환국의 종통을 계승한 상징인 옥새를 내어준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배달이 환국을 계승했다는 확고한 증거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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