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안경전의 9000년 한민족사 이야기⑫

지금부터 9200년 전 중앙아시아 대륙에 환국(桓國)이 세워졌다. 거기서 3000년 뒤 지구의 기후변화로 환국은 나비의 날개처럼 동서로 갈라졌다.

환웅천왕이 이끄는 무리는 동쪽 백두산으로, 수밀이국과 우르국 사람들은 서쪽으로 천산을 넘어 메소포타미아에 새로이 자리 잡았다. 서쪽으로 이주한 이들이 서양 문화의 뿌리인 수메르 문명을 일으켰다.

-‘환단고기’는 9000년 전 인류가 처음 세운 나라가 환국이라 전합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그때는 아직 국가가 없던 신석기시대 초기로 알려져 있는데요.

“1만 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따뜻해진 그때를 대부분 역사학자는 선사(先史)시대라고 합니다. 특히 역사적인 증거나 사료를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실증사학 및 고고학에서는 이때 사람들이 돌을 깨서 간단한 연장을 만들고 토기를 빚고 살았다, 그렇게만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나뭇잎이나 동물 가죽으로 겨우 몸을 가리고 움집을 짓고 짐승이나 물고기, 과일을 따서 먹고 살았다고 추정합니다. 한마디로 선사시대 인류는 미개했다는 것이 근대 과학주의에 바탕한 이른바 실증사관(實證史觀)입니다. 구체적인 증거나 과학적인 자료로 입증되지 않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런 눈으로 역사를 보면 인류의 정신문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습니다. 과학적인, 실증적인 눈으로만 역사를 따진다? 아무리 옛 사람들이라 해도 그들 역시 저 하늘과 대자연이 돌아가는 경이로운 이치, 인간이 왜 태어나고 죽는가에 대한 궁금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었습니다. 실증주의 역사학은 그런 정신문화를 아예 도외시합니다. 단지 유적과 유물을 통해 추정되는 것만 말합니다. 그렇지만 정신문화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인류는 1만 년 전부터 개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개개인이 힘을 합쳐 국가를 이루고 그것을 꾸려갔습니다. 오히려 그때는 사람과 대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일체가 되는, 밝은 영혼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람과 대자연이 일체를 이루는 밝은 영혼'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이른바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러니까 지금부터 9200여 년 전 동북아에는 이미 사람들의 추대를 받은 통치자가 덕으로써 무리를 이끌어가는 문명집단이 형성됐습니다. 바로 이러한 인류의 첫 문명집단을 ‘환단고기’는 한민족과 인류의 뿌리인 환족(桓族)이 세운 환국이라 전합니다. 아시아의 대국이던 환국은 모두 열두 개 나라로 이루어졌고 그 강역은 동서로 이만 리, 남북으로 오만 리였습니다. 역사학자들이 ‘환단고기’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참으로 소중한 역사인 환국에 대해 부정하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국의 정체를 잘 모르는 서양의 고대 역사나 문명 연구가들조차도 인류 역사의 초기를 말할 때 '그때는 황금시대the golden age였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황금시대를 살았던 인류는 서로가 서로를 살상하는 전쟁이 없었고, 하늘과 땅에 애정을 듬뿍 쏟으며 살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상고시대 유적이나 유물을 보면 전쟁도구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독일의 칼바이트 H. Kalweit는 "먼 옛날 인간이 초자연적인 힘을 쓰던 황금시대에, 사람들은 평화와 행복 속에 살면서 어려움 없이 신과 소통할 수 있었고 질병과 고통이 없는 자유로운 경지에서 살았다"고 말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아프면 만사 제쳐놓고 자연으로 돌아가 그 품에 안기는 이유도 대자연과 하나 돼서 그 생명력을 얻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옛 사람들은 오늘 우리가 바라는, 생명력 충만한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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