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교육 없는 천재는 광산 속의 은이나 마찬가지다.'

이 말은 '첫 번째 미국인'이라는 별칭으로 존경받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다. 얼마 전 필자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과 몽골에 있는 대학과의 교육협력을 위해 몽골을 방문했을 때 이 말의 힘을 실감했다.

필자는 몽골방송국의 '커피와 차'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통역은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몽골 유학생 우드발이 맡았다. 필자가 하는 모든 말은 우드발의 통역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 단지 통역의 역할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드발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능숙하게 필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우드발도 자신도 자연스럽게 부각시켰다. 우드발을 보면서 '참 잘 성장했다.'는 뿌듯함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던 것을 보니 필자도 어쩔 수 없는 교육자인 모양이다.

필자와 몽골과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의 통제력이 약해지고 진보세력이 몽골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도입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을 당시 필자는 울란바토르를 방문했었다. 당시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대신 영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부의 의지에서 교육의 역동성과 활력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조지아 주의 명예 몽골 자문위원을 지낸 경험 덕분에 이번 몽골 방문은 그 동안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 군용 덤프트럭이 수하물을 지정된 지역으로 이송한 후 찾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친절한 공항 직원들이 맞이하는 깔끔한 로비에서 짐을 찾을 수 있었다. 대변혁을 겪고 있는 몽골의 도로는 매끄럽게 포장되어 있었고 도시는 한창 개발 중이었다. 마치 건축 붐이 일었던 80년대 한국을 다시 만난 것 같았다.

몽골의 교육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몽골의 교육부 장관과 교육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면서 교육을 통해 미래를 바꾸려는 그들의 야심찬 꿈을 읽을 수 있었다. 총 인구 300만의 국가지만 그들은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칭기즈 칸의 후예가 아니었던가. 8백 년 전 세계를 흔들었던 기억을 오늘날의 자부심으로 간직하고 있는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계 의 주인공으로 등극할 포부를 갖고 있었다.

독립을 준비하고 독립 전쟁을 치루며 허물어졌던 미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벤저민 프랭클린과 같은 선각자가 학교 및 대학을 중심으로 미국의 가치를 바로 세웠기 때문이다. 몽골 청년재무경제센터와 몽골인문대학을 방문하여 교육협약을 맺고 그 협약이 한국과 몽골 양국에 있어 국제교육교류의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기원하며 '교육만이 희망'이라고 여겼던 위인들의 철학에 조금이나마 부합하였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꼈다.

방문 마지막 날, 몽골 전통음식점에서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졸업생들을 만났다. 몽골과 해외를 아우르며 세계적인 주류회사, 건설회사, 은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주지사 특별비서로 일하고 있는 한 졸업생은 우리에게 특별히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왔다.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에 정부 인사를 위한 훈련프로그램 개설을 요청하는 주지사의 편지였다. 그 편지는 필자뿐 아니라 함께 있던 동문들까지 자부심을 갖게 했다. 몽골에서 동문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러시아출신의 졸업생은 울란바토르에 있는 대학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모임에 오기 바로 직전 그 대학의 총장은 그녀에게 경영대학의 부학장을 두 달간 맡아서 잘 이끌어 나간다면 바로 학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 소식에 우리 모두는 매우 기뻐했다.

일찍이 벤저민 프랭클린이 했던 말처럼 흙속에 묻힌 돌로 사라질 뻔 했던 인재들이 교육이라는 솜씨 좋은 세공사를 통해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당당한 가치를 드러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몽골로 출발하기 전, 변화된 몽골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설렘으로 비행기에 올랐었다. 돌아오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몽골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고 있다는 희망까지 더해져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더불어 필자가 묵묵히 지켜온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을 확인 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사람을 키우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번 짧은 몽골여행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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