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면 친정아버지의 단골 메뉴였던 애호박 새우젓국. 얼마전에 삼시세끼 재방송을 보는데 최지우가 끓여 보겠다던 그 애호박 새우젓국. 간단하면서도 짭조름 해서 유난히 막걸리를 즐겨 드시던 울 친정아버지.

장마철에 지글지글 애호박전도 좋아라 하셨지만 내 기억속엔 보글 보글 마당에서 모깃불 피면서 친정아버지가 직접 채마전에서 애호박 두어개 따와 보글보글 끓이다 새우젓 두어숟가락 넣고 대파숭숭 썰어 넣어 끓여 주면 구수름해서 7남매들 너도 나도 숟가락 왔다 갔다 했었는데….

계란이 귀하던 70년대에 실겅위에 고이고이 숨겨뒀던 계란 두개 휙휙 풀어서 애호박에 새우젓 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날은 우리집 7남매 잔칫날이었는데…. 여름이면 단골 메뉴가 되는 가지무침이랑 두렁이랑 두렁마다 호박심고 들깨심고 했더니 호박꽃도 보고 하루 하루 크는 호박들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어느날은 너무 많아서 누굴 줄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하게 된답니다.

하룻밤만 자고 나면 잎도 무성해지고 덩쿨손도 쑥쑥. 농촌은 농촌답게 호박꽃도 꽃이요. 가지꽃도 꽃이요. 꽃이 피고 나면 열매도 튼실하게 커주고 지나가는 나그네들 은근히 유혹 하는데 하루에 한번씩 촌부에게 부자가 되게 해주고 아낌없이 남편과 아들에게 웰빙 음식 만들어 주겠다고 반달모양으로 썰은 호박은 삼시세씨에도 나온 애호박 새우젓국 국물은 자박 자박 하게 간은 새우젓으로.

두부가 있으면 두부 도 송송 갸름하게 썰어 넣으면 좋겠다 싶지만, 오늘은 옛날 옛적 나 어릴적 ‘우리 친정 아버지가’ 끓여 주던 방식대로 호박과 새우젓 넣고 보글 보글 끓으면서 다 됐다 싶을때 계란 두개 툭! 애호박전은 애나 어른이나 다 좋아 하는 것. 둥글게 썰어 굵은소금 솔솔 뿌려 놓았다 밀가루에 한번 굴려준 후 계란옷 입혀서 지글 지글.

에궁 울 아버지 생각 나요. 참 좋아라 하셨는데 나 시집오기전에도 아버지 몸살나면 호박지짐이 살짝 부쳐서 조선간장에 풋고추 송송 썰어 양념장 만들어 주면 밥 한그릇 뚝딱 하고 출근 하시곤 했는데….

이제 내가 50대 주부가 돼 내 아이와 내남편을 위해 친정 엄마의 손맛과 친정 아버지의 입맛을 생각 하면서 조물조물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도 어찌 그리 옛날 옛적 친정엄마 손맛이 나는 것인지….

농촌에 살면서 친정엄마의 손맛이 나에게 잠재돼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여름휴가때면 찾아올 친척들과 남편 동창들을 위해 오늘도 푸짐하게 오이장아찌도 500개나 묻혔더니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또 한마디. “에~구 장아찌 장사 할겨?” 아니요. 그냥 음식하는게 재미있어서 누가 맛있다 하면 더 재미 있어서 만들어 보았지요. 근데 이거 아마 당신 지인들이 다 가지고 갈걸요? 이렇게 텃밭요리가 많은 여름이면 울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요.

봉황52 http://blog.daum.net/524co

(이 글은 7월 19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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