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영 충남대 정보통신원 원장
첫째, '신속성'을 강조하는 국민성을 이제는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신속하고 빠르게 제품을 제조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신속성만을 강조하여 생산 제품 대부분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품질에 대한 요구사항을 충분히 만족시키면서 제때에 생산하면 되는 것이다. 조급한 국민성의 단면적인 사례는 우리의 자동차 운전습관에서 나타난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차간거리는 무시한 채 앞 차에 바짝 붙어서 주행하는 모습을 보면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이로 인해 앞 차에 문제가 있을 경우 10∼20대 이상 연쇄 추돌이 일어나고 고속도로를 1시간 이상 마비시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고속도로가 1시간 불통되어서 생기는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인명 피해 또한 엄청나게 클 것이다. 차간거리를 지켰다면 한두 대의 사고로 끝날 일을 수십 대의 충돌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대표적인 조급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둘째, 발생한 사건이나 일들을 기록하여 보존하는 일을 습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에 충실하지 않아서 불과 100년 전의 사건들도 기록이 부족해 사건의 내용을 확실히 파악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우리들 개개인의 자화상도 마찬가지다. 지나온 자신의 과거들을 파악할 수 있는 일기나 메모 등을 기록하는 경우가 드물고, 설령 기록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 없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직 내에서도 자신의 업무 내용을 기록하여 두면 부서 이동을 하더라도 담당업무의 인수인계가 수월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 전통적인 서열구조였던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순서를 거꾸로 바꿔야 한다. 오늘날의 우리를 있게 한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과학 기술에 바탕을 둔 산업의 발전이었다. 이웃나라 중국의 정치권력의 핵심인 공산당 중앙상무위원 대부분이 이공계 대학 출신임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이공계 출신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대우를 대폭적으로 높여야 한다. 지금 의예과나 약학과 1학년이 졸업하여 사회에 진출할 때면 자신들끼리의 경쟁 때문에 개업도 힘들어질 것이 뻔하게 예측되는 데도 불구하고, 자연계열 학생들이 아직도 의학, 약학과를 선호하면서 이공계 학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우리의 과학 기술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이공계 학생들에 대하여 많은 혜택을 주어 이들이 우리나라 과학 기술 발전의 주춧돌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