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한 형량이 특별한 사유도 없이 낮게 선고되는 사례가 많다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리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재확인된 셈이어서 씁쓸함을 안겨준다.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시기 전후 사건의 경우라지만 항소심에서 형량 감경사유가 석연치 않음을 말해 준다.

물론 형을 선고하는 것은 법원의 고유한 권한이다. 중형을 선고하는 것만이 정의 개념에 합당하지도 않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불법 대선자금에 연루된 재판 23건 중 1심과 2심이 종결된 12건의 판결 추이를 분석한 결과 단 2건만이 1심 형량을 유지했고, 나머지는 감형되거나 집행유예, 벌금형으로 풀려났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도 불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선처 사유만 봐도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가 기여도나 친구가 주는 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거나 직책 등을 이유로 들어 형량을 감경해 준 것으로 드러나 법원의 단죄의지가 퇴색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일반인 같으면 가중처벌될 만한 사유가 오히려 형량 감경사유로 작용했다니 선처사유를 남발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더욱이 이들 피고인들은 그토록 '차떼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나라당의 장본인들이거나 대통령 측근인사라는 점에서 허탈감을 안겨준다. 신분상 정치인이 아닌 일반 사건과의 양형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오히려 이들이야말로 법을 솔선수범해서 준수해야 하는 계층이 아니던가. 이른바 사회지도층인사에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도덕적인 사회규범이 헌신짝처럼 취급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결국 온정주의적 판결은 돈 안쓰는 선거, 깨끗한 정치라는 국민적인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데 도달한다. 증거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을 땐 이를 배제하는 대신 일단 유죄가 입증하면 형벌권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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