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류병래충남대학교 인문대학장<언어학>

일반적으로 평가지표는 평가대상이 나아갈 지향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그만큼 신중하게 설정되어야 한다. 교육부가 2011년 도입한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평가의 주된 지표는 취업률이었다. 이 지표로 대학을 평가하여 차등적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한국의 대학교육정책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인문계의 평가에서는 정부재정지원 사업에 한하여 취업률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인문학을 담당하고 있는 인문대학이 취업률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고 그 폐해를 극복한 것도 아니다.

인문계 대졸자들이 바로 일자리를 얻어 사회에 진입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를 두고 '인문계의 절반은 백수'라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다. 더 심하게는 '인'문계 졸업생은 '구'십 퍼센트(%)가 '론(논)'다는 의미로 '인구론'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의 하나이고, 인문계 졸업자의 취업이 어렵다지만, 위의 두 말은 좀 지나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건강보험DB연계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대학 졸업생의 취업률 평균은 54.8%이다. 이를 각 계열별로 구분해서 보면, 인문계열이 45.5%, 공학계열이 65.6%, 자연계열이 52.3%, 의약계열이 72.1%, 예·체능계열이 41.4%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대학 졸업생의 약 절반이 실업자이고, 인문계열 졸업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교육부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교육 인재양성 방안’ 시안을 발표하였는데, 논의의 중심은 고용노동부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 따라 정원이 초과되는 인문사회·사범·예체능계열 정원을 부족한 수요인 이공 계열과 의과 계열로 대폭 조정하는 대학에 집중적인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교협의 정책연구에 따르면, 1981년 전체 대학 입학정원에서 16.6%를 차지하던 인문계열은 2014년 13.1%로 대폭 감소했다. 자연계열도 1981년 15.4%에서 작년 12.7%로 그 비중이 줄기는 마찬가지이다. 기초학문인 이 두 계열이 줄어든 만큼 공학계열 비중은 크게 늘었다. 1981년 19.5%에서 2014년 25.1%로 확대되었으니, 쉽게 말해 한국의 대학생 4명중 1명은 공대생이다. 캠퍼스 담장 안으로 돌을 던지면 머리에 돌을 맞는 사람은 공대생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취업률이 낮은 것이 대학의 책임이라면 대학이 잘 가르치면 나라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할 터인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에 들이대는 취업률 압박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일, 즉 일자리 창출은 국가의 책임인 것이다. 대학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하고 취업에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대학이 일자리 창출 기관이 아닌 바에야 취업률은 ‘프로쿠르테스의 침대’와 같은 것으로 대학의 평가 잣대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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