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정권이 교체되면 이전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일부의 비판과 함께 평가절하되곤 한다. 그리고 부분적 수정 또는 상당한 변화를 담은 새 정책이 등장하는 것이 상례다. 흐름상 둘로 대별되는 데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과 대북 상호주의정책이 그것이다.

전자는 북한체제의 긍정적인 변화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해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기조로 한 연착륙을 위한 전략이다. 후자는 ‘상호주의’를 원칙으로 한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접근책이다.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우선일 경우 북한에 대한 지원의 대가가 반드시 동등하거나 즉각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의 비판적 목소리는 전자에 대해서는 상호주의가 부재하고, 투명성 없는 지원이 북한의 비정상체제 유지·강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후자의 문제는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관계모색의 시도를 방기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이 일취월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두 정책은 매우 다루기 힘든 세습독재 정권을 상대하는 데 유의미한 정책적 가치를 갖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상대의 잘못이 더 큰 데도 우리 정책이 북한의 의도까지 통제하지 못했다는 자책론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독일과 같은 통일방식이 한반도에 재현되는 것에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물론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하고 사전준비를 마친 정책이라면 바람직하겠지만 그렇게 정치(精緻)한 정책을 만들어 상대가 준수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정책이 비판을 받게 된 데에는 북한의 책임이 크다. 세습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정권안보만 최우선시하는 북한은 우리 정책을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유리하게 활용하다, 조금이라도 체제유지에 우려스럽다고 판단하면 기존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려 왔다. 평양당국은 한국 정부가 5년 단임의 한시적 정권이라는 제약성을 교묘히 활용, 자신들의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무력도발을 감행하기도 하고 다른 구실을 내세워 관계를 차단하다 필요하면 관계를 재개하곤 했다.

북한과는 치밀한 협상력을 기반으로 현실적 안목을 갖고 정책적 요인의 변화 등을 보강해나가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 정부들의 정책을 현실에 맞춰 부분적 보완과 수정을 통해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민족이 하나로 돼가는 존엄한 사명을 주도하는 숙명의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돼 있음을 무시하는 죄악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진실성 있는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밀한 정책적 노선의 차이는 존재하더라도 대북통일 정책에 관한 큰 맥락으로서의 대강(大綱)을 여야 및 보수·진보의 대합의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임기 중 북한에 대한 전술적 차원의 정책과 현안 대응 방법에선 이견이 있을지라도 국민 전체가 인정한 대타협의 물줄기는 쉽게 손댈 수 없게 될 것이다. ‘임연선어불여퇴이결망(臨淵羨魚不如退而結網·연못가에서 물고기를 부러워하느니 물러가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다)’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국민 모두가 합의하는 큰 걸음을 내딛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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