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유덕순 대전YWCA 사무총장

요즘 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한민족,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나라라고 배웠지만, 의외로 한국은 이미 2000년 전에 국제결혼을 시작했다.

가야시대 김수로왕이 아유타국(현재 인도) 공주인 허황옥과 결혼했다. 김수로왕은 김해 김씨의 시조고, 부인인 허황옥은 김해 허씨의 시조다. 부부는 자녀들 중 일부에게 어머니의 성씨를 물려주었다. 아마도 평등부부의 시조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어떤가? 150만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으며, 특히 24만명 이상의 결혼이주민이 다문화가족을 이루고 있다. 다문화는 언어, 문화, 관습, 성별, 종교, 직업, 계층, 인종 등의 차이에서 비롯해 발생되는 다양한 문화를 의미한다. 다문화가족이란 일반적으로 보면 두 가지 이상의 문화권에 걸쳐 생활하는 가족을 말한다.

몇 년 전 한 퀴즈프로그램의 문제 정답이 '고구마'였는데 경상도 사람이 사투리로 '고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세글자라고 말하자 '물고매'라고 정정했다고 한다. 경상도 남자와 결혼한 부인은 남편이 집에 오면 세 가지 말만 한다고 한다. 첫째 밥은 묵었나? 둘째 아는? 셋째 자자. 무뚝뚝한 남자라는 걸 알았지만 막상 살아 보니 힘들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이렇듯 같은 언어권, 문화권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 만나 결혼해서 사는 부부들도 지역이나 관습에 따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언어, 문화권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다보면 웃지 못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얼마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이 아침 일찍부터 센터를 방문했다. 남편은 당장 이혼을 해야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다. 사연인즉 새벽에 자다가 옆자리가 허전해서 불을 켜고 보니 부인은 없고 부인이 배고 자던 베개위에 부엌칼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자기를 죽일 것 같으니 같이 살 수 없다고 해 통역사를 통해 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에 온 뒤 계속해서 밤마다 악몽을 꿔서 친정어머니에게 전화했더니 친정어머니가 부엌칼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겼던 일이다.

지금은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됐다. 이웃집에 다문화가족이 살고 있다. 일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생김새가 다르다고 하지만 그 아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식 교육을 받은 똑같은 한국의 일반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오해는 다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더 성숙해 질 것이다.

다문화사회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버리고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인정하고 이러한 차이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