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서점이 대전에 문을 열었다. 소비향락 일변도로 치닫는 요즘의 기업풍토 아래 더구나 오랜 경기침체의 와중에서 선보인 700평 규모의 대훈서적 중앙점에 거는 기대가 각별하다. 우리가 이 서점에 주목하는 까닭은 매장 규모도 그렇지만 특히 북한서적 전시관과 향토작가 저서 전시관이라는 독특하고도 바람직한 공간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북한의 문화며 정신세계의 표출인 도서정보자료에 너무 무지하였다. 그간 냉전 이데올로기 아래 무조건 금기시됐던 북한 출판물에 대한 정당한 접근과 이해는 남북간 이질감을 좁히고 통일의 초석을 닦는 유효한 방안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대훈서적 경영자가 오랜 기간 희생을 감내하며 공들여 온 북한 출판물 보급사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또한 문화의 중앙 집중화로 인하여 역량 있는 지역작가의 노작이 번번이 일반의 관심권에서 멀어지던 구조적 악순환이 향토작가관을 통하여 불식되고 합당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인터넷을 통한 판매행태가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도서는 소비자인 독자의 대면접촉과 감각체험으로 선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서점은 단순히 책을 사고 파는 상점의 차원을 넘어 그 사회, 집단의 지적 수준과 문화취향을 나타내는 척도로 바뀌었다. 대학가 주변에 서점이 발붙이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요즘 대학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혼란의 원인을 예견하였다. 순수문학이며 철학, 인문서적이 쇠퇴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책, 즉각적인 도움을 기대하려는 실용서가 득세하는 출판시장의 기형 구조에서 우리 사회 병리현상의 일단을 감지한다.

서가 길이가 1.5㎞에 이른다는 대훈서적 중앙점의 출현을 계기로 은행동 일대 구도심이 특화된 문화벨트를 조성하여 도서유통거점을 구축하기 바란다. 사이버문화 확산 추세 속에서도 종이 책의 생명력은 건재하고 있다. 너나없이 경원하는 문화유통사업에 승부수가 던져진 다음의 수순은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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