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보이지 않는 적은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두려움을 더욱 커지게 한다. 그저 먼 곳으로만 알고 있던 중동. 그곳에서 왔다는 메르스가 한국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은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이 에볼라를 43일 만에 물리친 것처럼 부디, 한국이 이 위기를 잘 이겨내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는 비핵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핵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세계평화 및 우리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관련 소식에 늘 촉각을 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구촌 전역을 위협하는 핵과 관련된 국가 간의 협의는 순조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범세계적인 핵비확산체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과 5월에 걸쳐 4주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제9차 비핵화 검토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이 회의는 5년 마다 열리며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이 핵무기 감축을 진행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원자력 발전 기술을 제대로 공유하고 있는지, 핵보유국은 핵무기 감축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이다. 공식적인 일정을 넘기면서까지 회의를 했지만 서로 입장차만 보였을 뿐이다.

이번 검토회의에서 합의문 채택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중동지역 비핵지대(NWFZ) 설립에 대한 당사국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비핵지대 설립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사항이었으며 목표는 이스라엘의 핵비무장화였다. 시리아, 이란, 이라크, 리비아, 이집트는 올해 4월에 해당 안건을 검토할 사전회의를 하려했지만 중동지역 비핵지대(NWFZ) 설립 안건의 핵심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이스라엘이 불참하면서 협의 실패는 이미 예견이 되어 있었다.

한편, 한국은 최근 미국과 한·미 원자력협정을 42년 만에 개정하면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앞으로 20년간 유효한 이 협약으로 한국과 미국의 원자력발전 기업들 간의 협력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두 나라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 마케팅에 함께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 미국은 '세계 에너지 부족'이라는 과제를 원자력 발전으로 함께 해결해 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같은 핵이라도 NPT 제9차 비핵화 검토회의처럼 합의에 실패하면 패-패의 결과가 초래되기도 하고 한·미 원자력협정처럼 합의해 성공하면 승-승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메르스의 전파, 비핵화 검토회의, 한·미 원자력협정과 같은 뉴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긴밀히 얽혀 있으며 상호 의존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메르스 발생 초기에 한국사회는 서로 협동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실패했고 그래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필자가 언급한 핵과 관련한 두 가지 사례처럼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고 긴밀하게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성공하는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는 ‘두 나무가 가까이서 함께 자라면 그 뿌리들이 엉켜서 주위의 토양을 더욱 좋게 만든다. 또한 두 개의 판자를 포갠다면 각각이 따로따로 지탱할 수 있는 무게의 합보다 훨씬 더 큰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즉, 하나 더하기 하나는 셋 또는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라고 시너지의 힘을 강조했다.

미국에서 온 필자는 한국사회에 위급상황이 생길 때마다 한국인들이 서로 협력하고 더욱 단결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한국인들 스스로도 그 힘을 믿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즘 한국사회가 매우 혼란스럽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인이 주시하고 있는 지금, 한국인들의 생산적 협동으로 승-승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저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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