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⑨대흥동 산호다방 네거리]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이룩한 50년 된 사랑방
갈색소파·계란 노른자 쌍화차 등 옛모습 여전
건물외벽 원도심 아트 ‘티셔츠 벽화’ 인상깊어
중구청 건너편 카페이자 서점인 ‘도시여행자’
각종 여행서적과 원도심 관련여행 자료 구축
산호다방 반대편 ‘서울치킨’ 맛집으로 입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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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대전 중구 원도심 상권의 시작점, 여행의 출발점인 산호다방 네거리를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산호다방 네거리는 대전 중구청과 접한 대흥동 문화예술의 거리 끝머리에 위치해 있다.

불과 10m 남짓의 골목길이 서로를 가로지르는 좁은 교차로지만, 일반적인 골목과는 다른 깊이를 지닌 곳이다. 이곳은 과거와 맞닿은 아날로그 정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문화예술의 거리 내 다른 공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중심점인 산호다방은 인근 원도심의 시작이라고 할 만하다. 원도심이 대전의 중심이던 시기와 둔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쇠락기, 지역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이룩한 지금의 산호다방이 자리를 지킨 시간이 무려 50여년이다.

산호다방은 이 긴 시간과 과정을 뛰어넘어 인근의 사랑방이자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산호다방을 처음 찾는 이들이라면 건물 정면 외벽에 그려진 ‘티셔츠 벽화’가 인상깊을 것이다.

오래된 건물과는 다소 이질적인 이 벽화는 2012년 ‘원도심 아트 프로젝트’로 생겨난 것으로, 건물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반면 실내 풍경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갈색 소파와 공중전화, 계란 노른자를 넣은 쌍화차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카페가 아닌 ‘다방’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단골 어르신들의 구성진 대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호다방의 중구청 방향 건너편에는 ‘도시여행자’가 있다. 도시여행자는 카페이면서 서점이고, 각종 지역 소모임공간이면서 원도심 안내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탓에 원도심을 알고싶은 이들이나 여행자들이 인근에서 처음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여행자는 총 2개 층으로 돼 있다. 1층에는 카페와 서점이 마련돼 있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책장에는 각종 여행서적과 원도심 관련 여행 자료, 축구제품들이 차 있다.

도시여행자가 진행하는 각종 여행프로젝트의 아지트인 2층에서는 주중 총 7개의 소모임이 진행된다. 책 모임과 여행준비 소모임, 음악관련 모임 등이 있다. ‘라면을 먹으며 세상을 한탄한다’를 취지로 모인 이색모임 ‘4분 30초’도 있단다.

청춘들의 원도심 및 각종 여행을 지원하는 사장 김준태(30) 씨는 “안내센터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단순한 장소가 아닌 사람, 스토리텔링이 결부된 정보제공이 도시여행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네거리에서 중부경찰서 방향으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이색 명소 ‘원도심 레츠’가 자리해 있다. ‘현미밥상’이라는 메뉴의 식사부터 각종 차를 마실 수도 있고 교육공간으로도 활용되는 이곳은 특별한 ‘거래체계’를 갖고 있다.

물건이나 노동력을 사고 팔 때 현금과 함께 공동체 화폐인 ‘두루’를 사용한다. 이곳은 구성원들이 ‘품앗이’를 통해 서로를 돕고, 두루로 거래까지 하는 원도심 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원도심 레츠는 또 다른 인근 명소인 산호여인숙 골목에서 매월 ‘짜투리시장’을 개최하니 참고할 만 하다.

저녁에 맛있는 치킨이 당긴다면 산호다방 반대편의 서울치킨을 이용해도 좋다. 이곳의 서울치킨은 분점이다. 본점은 동구 중앙시장 내에 있는 유명한 맛집이다.

분점이긴 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본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양 역시 많다. 한 마리를 시키면 3~4명은 충분히 먹을 정도여서 연일 자리가 꽉 차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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