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유덕순 대전YWCA 사무총장

한국은 합계 출산율이 2014년 기준 1.21명으로 저출산국가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육아 및 가족 돌봄을 여성에게만 부담을 주는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문화, 우리 사회의 문화에 있다고 본다.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직장생활을 하는 '워킹맘'들은 자녀 돌봄과 여러 집안일을 해내야 하고 직장에서는 일도 잘 해내야 하기 때문에 슈퍼우먼이 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둘째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가 워킹맘인 자기 혼자만 집안일에 아이까지 돌보며 너무 힘들게 아이를 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힘들고 지치게 되면 여성들은 결국 일을 포기하게 된다. 바쁜 생활 속에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내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2014년 통계로 본 여성의 삶'에서 보면 여성경제활동 인구는 50.2%이지만 경제활동에 참여한 기혼 여성 중 20.1%는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 물론 다 이런 이유는 아니지만 기혼 여성 중 직장여성들은 임신이나 출산 육아 문제로 경력단절을 겪게 되는 것이다.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하지 않고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면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전폭적인 지지와 배려의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남성들이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의 개념으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또 기업에서는 장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남성육아휴직 등을 장려하는 등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헤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업 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 정부는 기업이 가족친화제도를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높은 출산율 관리의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은 평균 50%가 탄력근무제를 이용하고 있어 여성의 경제활동 및 출산율 향상의 윤활유가 되고 있고 성평등지수가 높고 일과 가정의 균형 정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일·가정 양립의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일家양득 캠페인과 남성육아휴직 촉진을 위한 '아빠의 달' 제도와 여성의 경력단절예방을 위한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도' 등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도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의 일환으로 매주 수요일을 '가족사랑의 날'로 정해 바쁜 주중에 하루라도 정시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좋은 제도와 지원책도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기업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를테면 남성이 육아휴직을 눈치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가정에서 모두 여성이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할 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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