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OECD 국가들의 유리천장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꼴찌인 28위를 차지했다. 유리천장지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관행, 제도 등 문화적 차원에서의 여성차별을 말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웃자는 이야기로 요즘 인기 2위의 남편은 가정적인 사람이고 1위는 집에 없는 남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집안일은 누가하나. 음식 마련과 청소는 기본이고, 각 방별 정리 정돈에 아이의 사춘기적 짜증도 받아줘야 하고, 학교성적 관리도 해줘야하고, 철없는 큰 아들인 남편의 양복이나 넥타이도 골라줘야 하고, 각종 공과금 납부에 반려동물 간식도 챙기고, 쓰레기 분리수거, 간혹 남편 양복 주머니에서 이상한 이름의 술집 영수증이 나오는지도 경계를 게을리 하면 안 되는, 시어른·시숙·시고모 등 이른바 시월드의 각종 경조사는 물론 아이들 학원 명성의 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반상회에서 아파트 도색 문제에 대해 의견도 내야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또 아이들 아버지의 부인이고 한때는 전도유망한 딸이기도 했던 바로 우리네 어머니다.

이 어머니를 우리는 언제부터 주방에서 밥이나 하는 혹은 막장 드라마에 코를 묻고 보는, 이른바 아무 생각 없는 존재로 취급을 해왔을까. 엄마는 편해서, 엄마는 무엇이든 들어줄 듯해서, 엄마는 늘 그러니까, 엄마는 잔소리를 하니까 등이 내 주변사람들이 말하는 엄마가 만만한 이유들이었다. 눈에 안보이지만 꼭 필요한 공기 같은 존재가 어머니인데 우리는 엄마 혹은 어머니를 너무도 만만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대해온 것 같다. (응? 나만?)

그런데 이러한 어머니 혹은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으로써 만만함은 나의 개인, 개체적 입장과 관점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대략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급격한 인구수의 증가 혹은 자연재해의 발생 등으로 인해 원래 살던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한다. 사하라 사막을 종단하고 당시 얕게 붙어있는 홍해를 건너 한 부류는 유럽으로, 또 다른 부류는 해변을 따라서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를 거치고 얕게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남미를 향한 길고 긴 여정이 대략 1만 년 동안 지속됐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임신과 육아로 인해 남편에 비해 사냥 경쟁력이 떨어지는 여성은 전리품의 배급 등에서 밀리면서 더욱 더 남성에 비해 열등한 존재자로 인식됐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것은 각종 관습과 제도를 통해 고착화 됐을 것이며 이것이 이른바 유리천장을 형성했을 것이다.

나는 출산과 육아의 힘듦을 생각해서라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늘, 어디에서든 미소 지었으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우리네 생명의 원천인 어머니들이 가족들로부터 만만한 대우를 받을 이유나 근거, 심지어 법적인 조항이나 조례는 하나도 없다. 그러한 점에서 65세 이상 된 어머니들에게 전문 사진작가가 방문해서 장수사진을 찍어드리고 이 사진이 새겨진 명함의 뒷면에는 당신께서 살아오신 삶의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적혀있고 아울러 육성을 녹음한 뒤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해 언제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에는 어머니 이름만 입력하면 오디오가 나오는 충북학연구소의 시범사업은 의미가 있다고 깨알같은 자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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