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유제봉 EMK이엠생명과학연구원 원장

꽃내음이 채 가셔지기도 전에 계절은 어느새 초여름으로 진입되면서 그동안 겨우내 움츠려 들었던 야외 활동들이 본격화 되고 있다. 대전 근교에는 한걸음에 다 닿을 수 있는 보문산을 비롯해 계룡산, 식장산, 계족산, 구봉산, 도솔산 등 많은 산들이 우리들 주변 가까이에 있어서 등산객들로 하여금 산을 오르내리기에 아주 제격인 천혜의 고장이다. 특히 생활수준향상과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생활패턴도 바람직스럽게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다. 거기에다 요즘은 주 5일제 근무가 보편화 되면서 훨씬 많아진 여가를 활용한 산을 찾는 계층들이 많아졌다.

언제나 산을 오르내리다보면 가끔씩은 약수터를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약수터는 형태도 다양해 바위틈에서 졸졸 흘러나오는 곳에 조롱박을 걸어놓은 곳이 있는 가하면, 어떤 곳은 웅덩이에 옹달샘처럼 고이도록 해 놓은 곳도 있고, 또 어떤 곳은 플라스틱 파이프를 박아 놓아 편리성을 높여준 곳도 있으며, 어떤 곳은 아예 수도가랑을 설치해 놓아 물의 허실을 막아놓는 곳도 있다.

헉헉대며 숨 가쁘게 오르다보면 갈증은 물론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흐르는 땀을 식히고자 약수터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보다 더한 음료수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요즘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개발확대로 인해 너무나도 환경이 오염이 되어가고 있어서 유감스럽다. 물도 함부로 마시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쩌다 목말라 물을 마시게 될 때면 이 약수터의 물들을 맘대로 마셔도 되는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궁금증과 믿음을 의심케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당국이 허용된 마셔도 되는 약수터엔 의례히 수질검사 표식 판이 설치되어있어서 이용에 아주 편리하다. 검사 표엔 여러 항목의 수질검사항목이 기록 되어있는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모든 항목에서 기준치에 맞아야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단, 한 항목이라도 기준치에 맞지 않으면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고 한다. 수질검사 표식 판 존재조차도 몰라 무관심했음에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적합'보다 ‘부적합’ 판정의 경우다. 수질검사 표시는 A4용지에 문서형식으로 빼곡히 기록되어있다. 일부러 바싹 다가가서 확인하지 않고는 식별하기 어렵다. ‘적합’ 판정일 경우엔 그냥 지나쳐도 위험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겠으나 ‘부적합” 판정일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시민 건강문제와 직결되어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음수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책무가 관리자에게 있기에 그렇다.

때문에 '부적합'의 경우엔 적어도 약수터 주변가까이에 추가적으로 경고표시를 확실하게 해 놓음으로써 음수자로 하여금 이용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가까이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식별하기 어려운 현행 표시제도 가지고는 조금은 부족하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다음 검사일이 분명 기록되어 있음에도 그날이 한참이 지나도록 새로이 검사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격무에 시달리다보면 그럴 수는 있겠지만 수질검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과연 얼마이기에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약수터관리에 비용이 문제라한다면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곳의 예산을 절감해서라도 적기에 시행이 되었으면 한다.

물은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진정으로 시민 건강을 위한 서비스행정을 편다면 적어도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만큼은 철저한 관리체계와 검사를 통해서 시민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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