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김지철 충남도교육감

5월은 교육의 달이다. 15일 스승의 날에 이어 19일부터 22일까지 인천에서 세계교육포럼이 있었고, 나흘 후면 5·31 교육개혁안 발표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교육관련 최대 국제회의인 2015 세계교육포럼은 '교육을 통한 삶의 변화'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 교수는 "교육이 한국 경제 발전의 연료가 됐다"고 말하며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킹쇼어 싱 유엔 교육기본권 특별보고관은 "지나치게 수치화된 학업 결과물을 위해 경쟁하는 한국교육은 창의적 사고와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한국교육 그늘도 논해야'라는 칼럼에서 "많은 학생들이 성적 때문에 고통 받고, 가족들이 교육을 위해 빚을 내고 그 빚을 갚기 위해 평생 고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는 시민의 울분을 전했다.

지난 20일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5·31 교육체제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발제하고 '포스트 5·31 교육개혁안'을 제안했다. 1995년 발표된 5·31 교육개혁안은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국가교육에 대한 종합적 제안으로 한국 교육의 방향을 설정했으며, 해방 이후 처음으로 교육문제를 공론화했다. 학습자 중심으로 교육에 대한 인식의 틀을 전환해 열린교육과 방과후학교 운영을 활성화했고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의 기조로 작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경쟁교육의 심화, 사교육비 급증, 교육 빈부격차 확대 등 시장주의적 교육개혁안으로 변질되면서 한계에 다다랐다. 5·31 교육개혁 20년이 지나면서 국제정세는 물론 국내 정세도 상당히 바뀌어서 5·31 교육개혁안의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민 직선 교육감제에 부합하는 교육자치제도 정비,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 학교혁신이라는 실천과제가 대두됐다.

이제 5·31 경쟁교육체제에서 4·16 협력교육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에 새로운 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포스트 5·31 교육개혁안을 제안한다. 'Post'는 이전 시기의 공을 이어받아 발전시킨다는 의미와 문제점을 비판하고 극복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포스트 5·31 교육개혁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이며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하향식 정책을 지양하고, 지방화 분권화에 기초한 협력과 상생의 교육을 위한 '국가교육개혁위원회'를 상시 기구로 만들 것도 포함했다.

2015 세계교육포럼은 향후 15년의 미래비전을 담아 '교육 2030, 모두를 위한 포용적이고 평등한 양질의 교육과 평생학습을 향하여'라는 인천선언문을 남겼다. '포스트 5·31 교육개혁안' 역시 이전 개혁안의 골자인 '경쟁'을 넘어 '평등, 협력, 상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교육포럼에서 박수를 받은 바와 같이 한국교육은 전쟁, 절대빈곤과 자본부족인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미래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체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를 방증하듯, 극심한 경쟁교육을 경험한 세대들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자녀를 교육 시킬 자신이 없어 출산을 포기했다는 사람도 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학생을 구속하거나 차별해선 안 된다. 교육의 달 5월을 보내며, 교육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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