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거리에서 재활용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을 부쩍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이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서 버는 돈은 3000~4000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고철을 모아 생활하는 한 노인은 사흘 동안 겨우 1400원을 벌었는데, 그 돈으로 라면 2개를 살 수 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지난 주말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로 1위다. OECD 국가의 노인평균빈곤율인 12.6%와 비교할 때, 부끄러운 수치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노인빈곤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노인층 내부의 빈부격차가 심하고, 저소득 노인층에 대한 복지정책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노인자살률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지만, 노인이 가장 비참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냉소적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의 노인 인구는 10년 내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나이 들면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질병, 고독, 무위(無爲)에 빈곤까지 더하여 4고(苦)로 슬프고 비참하다. 특히 현재 70~80대 고령층 노인들은 젊은 시절 뼈 빠지게 일하며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바쳐 온 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부모들은 자식들만 잘 살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식들이 노부모를 당연히 부양하고, 노인이 대가족 속에서 권위를 누리며 살던 전통사회가 아주 먼 옛날의 얘기가 아닌데도, 이제는 낯선 풍경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부모의 노후 생계를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2002년 64.8%에서 2014년에는 31.2%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우리 사회에는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지 않아 노인이 스스로 자신을 부양해야 하는 시기가, 국가가 노인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시기보다 지나치게 빨리 왔을 뿐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온전히 자식들의 몫이었던 것을 이제는 국가의 몫임을 자각하고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젊어서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은 기댈 데가 없다. 질병에 시달리고 있어도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새벽 인력시장에는 노인들이 넘친다. 한 달 내내 새벽에 나왔지만, 단 하루도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는 노인도 수두룩하다. 각 지자체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도 일자리를 구하는 노인들로 가득 찬다. 빈곤의 지속화 내지는 빈부격차의 심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함으로써 국가의 장기발전을 가로막는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은 '노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힘들어도 더 내고 더 받는 게 답이다’라던가, ‘더 버는 만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선의 해결책은 공적연금의 강화라고 입을 모은다. '기금고갈'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노인빈곤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족기능 해체와 부양책임 변화, 노동시장의 연령차별관행, 의료보장과 기초연금제도, 개별적인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여 공적연금제도를 하루빨리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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