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필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한 사람을 가까이 하거나 친구로 두라는 말을 종종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행복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융통성 있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필자는 마카오과학기술대학 개교 15주년 행사에 초청받아 마카오과학기술대학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국제화교육에 관한 특강을 했다. 특강이 끝난 후에는 아내와 함께 마카오 도심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호텔외식조리대학의 교육특성화가 잘 되어있는 우송대학교 총장으로서 관광산업이 발달한 마카오에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마카오 GDP의 90%는 관광산업, 그중에서도 카지노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마카오하면 흥청거리는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허나, 필자가 갖는 마카오에 대한 인상은 전통과 현대, 포르투갈과 중국의 색채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젊은 열정이 넘쳐흘러 피곤이라고는 모르는 도시다.

마카오는 '아시아 속 작은 유럽'이라고 불릴만큼 독특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특별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16세기 대항해시대, 그 당시 강대국이었던 포르투갈의 상인들이 마카오의 실질적인 사용권을 얻으면서 마카오는 1841년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 전까지 중국과 서양의 유일한 교역지가 됐다. 아편전쟁으로 홍콩이 영국 식민지가 된 후에 포르투갈도 1887년 청·포르투갈 조약을 맺어 마카오를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1999년에야 중국에 정식으로 반환이 되어 현재 마카오의 공식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 특별행정구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마카오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유럽의 향취가, 한쪽은 중국의 향취가 짙게 배어 있다. 성 바울 성당, 성 도미니크 성당, 세나도 광장 그리고 포르투갈 정부관계자들이 사용하던 타이파 하우스가 여전히 잘 보존되어 있으며 고색창연한 도교사원도 볼 수 있다. 마카오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이 30곳에 이른다. 성 바울 성당의 경우에는 1835년 화재로 전면부만 남아있지만 그 외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들은 보존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다.

또한,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마카오는 도시 개발에 열중하고 있어 각종 호텔과 카지노가 있는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고 있다. 마카오의 전경을 보고 있으면 새삼 중국의 발전이 피부로 와 닿는다.

호텔과 카지노의 스카이라인 아래 전통 유산들이 산재해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마카오다. 식민지였던 오랜 시간이 쌓아놓은 포르투갈의 문화와 중국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이 다른 인종을 받아들이기 무려 1세기 전부터 마카오는 이미 다문화사회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양과 서양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했다는 것은 아주 드물지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문화의 향기는 건축물에서만 풍기는 것이 아니다. 식당에서는 중국식 광둥요리와 포르투갈요리가 혼합된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마카오에 거주한 포르투갈인 들이 마카오에서 나는 재료로 자신들의 향신료와 조리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이탈리아, 인디아, 일본 등 수십 종류의 고급 음식점이 모여 있는 거리에서 다양한 메뉴와 각 나라의 맥주들 중에 원하는 것을 골라 맛볼 수 있으며 거리를 걷다보면 이탈리아 베니스의 상징인 수로와 곤돌라도 볼 수 있다.

마카오는 필자처럼 호기심이 많고 세계 각국의 환경과 문화를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한번은 꼭 와봐야 할 여행지이다.

사람으로 치면 세상에 벽을 쌓은 융통성 없고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라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활력이 넘치며 가까이 가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을 닮은 곳이 바로 마카오가 아닐까 싶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다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마카오 여행은 필자가 융통성 있고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좋은 기운들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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