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졌지만 일제의 억압과 말살정책으로 인해 전통문화의 단절이라는 시기를 겪으면서 근현대미술의 역사는 길지 않다. 또 일본이나 중국의 현대미술에 비해 다양성을 지향한 한국의 미술은 그동안 저평가 돼 세계미술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1953년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의 작품인 무명 정치수를 위한 기념비가 국제공모전에 입선한 것이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에 최초로 전시된 한국인 전시였다. 1970~1980년대를 지나면서 작가들은 국내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해외교류 활동의 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격동의 시대를 거치면서 발전한 한국의 미술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로 거듭났다고 볼 수 있다. 민중미술의 시대를 지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1993년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됐다.

육근병 작가는 카셀 도큐멘타에 초대돼 한국 미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계속해서 많은 작가들이 세계적인 미술제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위상이 세계 속에서 높아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추상미술을 재조명 하는 전시들이 구겐하임미술관과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리면서 한국의 단색화와 아시아 현대미술 사조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한국적 미의식을 가지고 다양한 조형세계를 펼치는 작가들을 세계가 주목하게 된 것이다. 전통의 미를 근저로 표현해낸 한국의 단색화가 세계무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분청사기 도자기전이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한국 전통도자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대규모 기획전이 개최됐다. 소박하고 자유분방한 선의 미를 살린 독특한 한국적 조형미는 서구인들의 미의식과는 색다른 면으로 현대회화 같은 파격미를 담아낸 전시로 호평을 받았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홍콩아트페어나 뉴욕소호에서 개최되는 아트페어에서 한국작가의 작품이 대거 소개되기도 하고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등 한국 미술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미술의 역사는 짧지만 급속한 변화 속에서 꿋꿋하게 광범위한 세계미술계에서 한국 미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본다.

그동안 서구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아시아 미술이 주목을 받고 번성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며 국제적인 전시와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 가장 뜨거운 미술로 떠오르는 분야는 아시아 현대미술이고 그중에서도 한국의 미술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에 뜻 깊은 전시가 개최된다.

대전에서 활동했던 작가와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의 대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세기의 만남을 갖는다.

한국의 미술사를 통해 격변했던 한국의 시대적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4개의 섹션에서는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작가들의 아카이브전시와 함께 펼쳐지는 세기의 동행전은 대전시민이 한국 미술의 대가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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