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이현우 충남도 건설교통국장

우리 선조들의 애환과 생활양식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전통문화유산은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쇠퇴하거나 가치를 상실해 점차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보부상도 그러한 일종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보부상(褓負商)’의 사전적 의미는 ‘보상(褓商)’과 ‘부상(負商)’을 총칭하는 말로 보상은 주로 기술적으로 발달된 정밀한 세공품이나 값비싼 장식품 등의 잡화를 취급했고 부상은 잡다한 일용품 등 가내수공업품을 위주로 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날 추억중의 하나가 화장품이나 건강용품, 장식품, 식재료 등을 5일장 장터에 모여 행상을 하거나 동네 가가호호 방문해 판매하곤 했던 아줌마나 아저씨의 모습이 아련하게 유년의 풍경으로 떠오른다. 보부상은 고대 삼국시대 이전부터 자연경제의 기반 위에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매매나 물물교환을 매개하는 행상인으로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상업단체인 상무사를 조직해 단순한 상인의 단체를 넘어 나라가 어려울 때는 구국의 정신을 발휘해 여러 항쟁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던 역사도 지니고 있다.

과거에 홍성, 예산, 부여, 서천, 당진 등 우리 지역이 우리나라 보부상의 중심지였고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충남 도내에 지금까지도 보부상단이 현존한다는 사실도 그럴 것이다. 현존하는 보부상단체로는 부여와 한산 일원의 ‘충청우도 저산팔구’와 예산 덕산을 중심으로 하는 ‘예덕상무사’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보부상은 충남의 대표적인 전통문화유산으로 대대로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촌사회 유통경제와 핵심 구실을 해온 보부상단체는 어렵게 살면서도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의지하고 동료애를 발휘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항일구국운동에도 일조를 하였으며 예산군 덕산면 지역에서 활동해온 보부상들의 조직인 예덕상무사는 지금까지도 그 전통의 맥을 잇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충남도는 2010년 백제문화권 개발을 마무리하고 2005년부터 내포문화권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서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자원을 계승하면서 해양과 내륙을 접목한 복합관광지 조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내포문화권 개발 사업의 핵심사업이 바로 내포 보부상촌 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보부상의 거점지인 예산군 덕산면 일원에 전시관을 비롯해 난장, 장터, 체험마당, 체험공방 등을 만들어 다양한 보부상 문화를 집약한 전통문화테마파크로 2018년까지 조성을 목표로 올 해 11월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5000년의 유서 깊은 역사와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민족으로서 후대에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할 일들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며 역사와 문화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바로 미래의 거울이라는 사실을 되새겨 볼만하다.

세계 속에 그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는 한류문화의 지속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선조들의 전통문화유산의 계승도 또한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내포 보부상촌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유산을 후손에게 보존하는 역할과 함께 서해안의 유명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여 충남의 미래 성장거점인 내포신도시를 전국에 알리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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