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충청권 신당론'이 거론되고 있다. 4·29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이 여당 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면서부터다. 정치지형이 새롭게 재편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감지되는 기류다. 호남권에서 야당 재편론이 부각된 데 따른 충청권 반응의 일단이다.

아직 충청권 신당론이 세력화 단계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민심의 큰 줄기를 조심스레 탐색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충청권 소외론'이 암묵적으로 상승 체화되는 기운을 확연하게 느낄 수는 있다. 내년 총선, 그 다음해 대통령 선거에 이르는 길목에서 어떤 추이를 보일까. 충청 표심이 대권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개연성이 여전히 크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 파문으로 지역 민심이 범상치 않았던 터였다. 해외자원 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마감한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숨지기 전 남긴 자신의 육성과 메모에 여권 실세 8명에게 금품 제공 사실을 폭로했다는 점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의혹의 가운데 서 있던 충청 출신 이완구 총리가 사퇴했다. '충청대망론'의 한 축이었던 그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충청권 유력인사 간의 '암투'로 비쳐지면서 전국적인 비웃음의 대상이 됐으니 지역민의 상실감은 크다. 지역 정체성 및 충청기질론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충청 출신 반기문 UN사무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반 총장과 가까운 사이인 성 전 회장을 겨냥해서 기획수사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지역 민심의 향방 또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리스트 대상이 현 정부 실세인 친박 핵심 인사들로 2012년 대선 때 선거 자금 의혹과도 연계돼 있다. 물 타기 수사 또는 국면 전환용 끼워 넣기 수사는 또 다른 논란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한 정공법만이 사태 수습의 절박한 과제다.

국정 운영과정에서 지역현안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 전 총리가 발탁됐을 때만 해도 해묵은 지역현안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예컨대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조기 이전을 비롯해 세종시 자족성 보강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대전, 충남북 현안 역시 어디 한둘인가.

정치란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련의 작용이다. 특정 지역을 홀대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역민들이 반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집단 표명하는 건 당연하다. 지역민의 자기 몫 찾기는 궁극적으로는 선거 때 표를 통해 심판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에도 지역 의사를 대변하는 여러 채널을 구축·가동할 수 있다.

주목할 지점은 바로 충청권 신당론이다. 정치 역학상 영·호남 중심의 거대 정당의 힘이 집중될수록 그 것 또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충청권 정치성향이 전통적 보수 지향적이긴 하지만, 투표권 행사 때는 실용주의적 성향도 가감 없이 표출한다.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만 놓고 보면 야당이 모조리 석권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충청지역 정당이 여권에 흡수 통합돼 사라졌지만 언제 어떤 계기로 다시 태동할 것인지 단언할 수 없다. 오로지 정치권이 하기 나름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