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또 다시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의 세월호 참변이 아직도 국민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번 4월에는 성완종 게이트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현 정부의 핵심 실세들이 연루됐을 뿐만 아니라, 불법 대선자금 의혹까지 일고 있어 정권의 도덕적 기반이 뿌리째 위기를 맞고 있다. 신록이 온 대지를 뒤덮고 있고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이 봄을, 우리는 왜 이리도 우울하게 보내고 있어야 하는가?

기성세대로서 젊은 세대에게 왠지 떳떳하게 얼굴을 들기 힘든 느낌이다. 모든 부모들은 알고 있다. 자식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고 하지 않던가! 이솝 우화의 한 토막 같이, 어미게가 옆으로 기어가면서 새끼게에게 똑바로 가라고 아무리 가르친들 새끼게가 똑바로 기어가겠는가? 우리는 젊은 세대에게 입으로만 정의(正義)와 도덕적 가치를 가르치고, 실제로는 어미게처럼 정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래 저래 착잡한 심경으로 지낼 수밖에 없는 요즈음이지만, 며칠 전 눈이 번쩍 뜨이는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7차선 도로 내리막길에서, 폐지 더미를 잔뜩 싣고 비틀거리며 가는 한 노인의 손수레를 초등학생 4명이 앞뒤로 호위하듯 부여잡고 내려가는 모습이었다. 손수레를 한번 쯤 끌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인지를.

"어른들은 헛된 욕심에 눈이 멀어 세상을 온통 어지럽히고 있는데, 어린이들은 저리도 4월의 신록처럼 순수하고 고운 마음으로 잘 자라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뜨거운 응어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젊은 세대라는 희망이 있다. 심기일전하여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야 한다. 비록 우리 기성세대가 어미게처럼 옆으로 기어가며 입으로만 정의로운 사회를 가르쳐 왔지만, 앞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이자. 그 동안의 고질적인 적폐가 하루 아침에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과오를 인정하고 개혁을 위하여 노력하자.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평생을 옆으로만 기어가던 어미게가 똑바로 앞을 향해 가겠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앞으로 가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다리를 하나하나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타성에 젖어 자꾸만 옆으로만 가려고 하는 다리들을 잘라내다 보면 어미게는 몸통만 남아서 배를 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끼게는 어미게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앞으로 기어가게 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련의 사태에 있어서 대통령의 통렬하고도 비장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로만 적폐 해소를 외쳐서는 아니 될 일이다. 재보선 결과가 무슨 대수인가. 권력을 빌미로 부정을 저지른 측근이 있다면, 자신의 팔 다리를 모두 잘라낸다는 각오로 이번 사태를 정리해야만, 나라가 바로 설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염원을 제대로 읽고, 고통을 수반하는 진정한 개혁의 모범을 보일 때에만, 노동시장 개혁 및 연금개혁 등 주요 국정현안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개혁의 이해당사자들도 눈앞의 이해관계에만 매달려 사사건건 정부와 힘겨루기를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후손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은 어떤 것이 진정한 승리인지 크고 긴 안목에서 최선의 합리적 행보를 보여야 한다.

그런데 국정현안에 대한 개혁 성공의 전제는 지도자의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질에 대한 적확한 인식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철학이 담겨 있어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없이 성공한 개혁은 없었다. 이제 주어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기성세대, 특히 권력자들은 더 이상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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