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나비의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는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양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필자의 인생을 뒤돌아볼 때, 사람의 인생도 나비효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작은 선택이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큰 변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필자가 우송대학교에 몸담아 온 지난 9년의 시간동안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 중의 하나는 얼마 전에 있었던 사관후보생도 임관축하행사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 사관후보생이 된 학생들, 이번에 진급한 학생들 그리고 처음 임관하는 학생들이 함께 참석했다. 우송대학교는 4년 전 학생군사교육단이 신설되었기 때문에 올해에 장교로 임관하는 첫 기수를 배출하는 의미가 큰 행사였다.

필자는 연설을 하고 학생들에게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머릿속으로 55년 전의 젊은 시절로 돌아갔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를 다니며 공군 ROTC로 처음 군복을 입고 임관축하행사에 참석해서 청운의 꿈을 가슴에 한껏 품었던 그 시절로 말이다. 1954년은 냉전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미국의 대학생 중 신체 건강한 남학생은 모두 2년간 Basic ROTC라고 불리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 훈련 중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육군, 해군, 공군 중 어떤 파트로 갈 것이냐 하는 것뿐이었다.

2년의 기본 훈련이 끝나면 본인의 선택에 따라 Advanced ROTC에 지원, 졸업 후 소위로 임관할 수 있었다. 필자가 기본 훈련을 마친 시기가 1956년이었고 마침 러시아어를 부전공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Advanced ROTC에 지원했다. ROTC과정을 마치고 나서는 정규공군에 배속돼 전 2천여 명의 사관생도단 부지휘관으로 임관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40년간 미국 정보 외교관,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및 국제전략정책센터 소장, 동아시아 정세를 연구하는 국제정치학자이자 반핵운동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우송대학교 총장으로 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젊은 날의 선택으로 인해 남들보다 훨씬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온 것만 같다. 55년 전, 20대 초반의 젊은이로 서 있던 임관행사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교로 첫 출발을 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교내 축하생사가 열린 며칠 후, 생도들은 박근혜대통령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계룡대 연병장에서 열린 '2015년 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했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 신임장교 6488명이 질서정연하게 사열해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필자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계급장수여, 대통령 축사, 가족을 향한 감사의 경례,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경례,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수호를 맹세하는 경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향한 경례. 그들이 그날 보여준 일련의 행동들은 마음이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게 하는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저마다 뜨거운 목표와 희망을 가슴에 담고 필자처럼 55년이 지난 어느 날, 젊은 날의 내 선택이 옳았으며 잘 살아왔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면 하는 소망이 일었다.

지금, 필자는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들 속에서 가능성이 무한한 이 학생들을 어떻게 글로벌 인재로 키워낼 것인가 고민하는 백발의 대학교 총장이 되었다. 필자의 젊은 날의 선택이 오늘의 필자로 이끈 것을 생각하면 젊은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어떻게 독려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인생은 선택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물론 인생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허나 소망하지 않는다면, 선택하지 않는다면 방향조차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도 나비효과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더 밝고 아름다운 효과를 보기 위해 우리의 선택 또한 현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요즘 젊은이들이 꼭 한번쯤 마음에 새겨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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