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유익환 충남도의회 부의장

드넓은 백사장과 푸른 파도가 일렁이는 우리지역 곳곳의 태안 앞바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목격해 왔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의 실수로 떠밀려 왔는지 그 하얀 백사장 곳곳에 검은 기름덩어리가 엉겨져 있었다. 자연은 아무 말 없이 쓰다듬고 치유해 주곤 했다. 갯벌에서 사라졌던 조개와 갯지렁이가 다시 돌아와 사노라면 또다시 역한 기름 냄새로 오염되곤 했다. 이는 서해바다를 이동하는 수천척의 선박들로부터 오랜 세월동안 크고 작은 사고에 의해 반복되는 기름유출로 몸살을 앓곤 했다. 아마도 그들은 조그만 사고였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을 터이지만, 결국은 대형 유조선 사고에 까지 이르러 청정해역 태안반도를 온통 기름으로 뒤덮었다.

세월호 사고 또한 침몰 전에 주변에서 크고 작은 우려와 함께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설마'라는 관행으로 묵인되어 왔기에 고름이 결국 터져버렸다. 굳이 '하인리히 법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항상 대형 사고는 사전 예고를 하는데도 우리 인간은 사고 이후에서야 후회와 함께 지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뼈아픈 자책도 그 당시에만 국한해 왔을 뿐, 안전이라는 말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수없이 강조됐음에도 항상 그 시기만 지나면 모두가 망각의 늪으로 빠져들곤 해 왔다.

재난안전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한다는 미국 FEMA(연방비상관리국)에서 관리하고 있는 화재대비 캠페인 사례를 들어 보자. △집의 층마다 취침 장소의 밖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하고 점검하자 △아기에게 소방관으로부터 숨지 말라고 가르쳐라 △부엌, 침실, 지하실 등에서 불이 나서 퍼지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 까지 생각해 두어라 △화재대피 계획은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연습하되 자주할수록 좋다 △연기흡입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코와 입을 막는지 자녀들에게 보여줘라.

외형적으로 보면 위 내용 면면이 우리도 지극히 실행 가능하고 그다지 새롭지 않은 내용들이 적시돼 있다. 우리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도 이들과 상당부분 근접해 있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시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시행자 측에서는 어떠한 통제와 간섭도 무소불위로 집행하고,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불편과 시간도 감내하며 규정은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지키는 시민의식의 발로이다. 사고의 예방은 큰 것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지켜나가다 보면 차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주민과 공직자들이 진지하게 눈여겨 봐야할 대목으로 그 작은 것, 그리고 누적 반복되는 문제점들을 간과하지 않을 때 우리사회 각처에 무수히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대처하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우리국민의 신속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동안 장점으로 잘 키워 온 면도 있지만 그 이면엔 적지 않은 대가도 치렀다. 특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난 안전사고 대부분이 시설의 결함보다는 안일과 방심, 조급에서 왔다. 여기에 안전 불감증이 더해졌다. 즉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은 시설이 아니라 의식이 지켜주는 것이다.

신속과 안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안전을 위한 불편이라면 참고 감내하는 느긋함을 일상으로 접해야 한다. 본격적인 행락철, 이제 목숨을 담보로 한 안전교훈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기에 주민 그리고 우리 공직자들이 함께 키워 나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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