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입학처장(병원경영학과 교수)
교수들은 책무와 역할기대 면에서 세 가지 차원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첫 번째는 교수는 학자로서 학문탐구의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부류다. 이들은 수준 높은 연구실적을 거두는 것만이 교수의 본분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여전히 연구를 게을리하는 교수를 사이비 취급하거나 상종(相從)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는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것이 옳다는 입장에 서 있는 부류다. 이들은 순수 연구보다는 주로 정부나 기업의 돈 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세 번째는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학생들에게 취업역량을 길러주는데 매진하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는 입장에 서 있는 부류다. 정부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가 청년실업률 지표의 개선이고,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는 학부모들의 간절한 바람 역시 자식의 취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속칭 일류대학 졸업생들이 각종 직업 중심 대학교로 재입학을 하고 있고,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이 통폐합되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고, 대학 교수들의 책무와 역할기대 역시 전과는 다른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수의 정체성 혼란으로 대학교육이 흔들리고 있는 오늘날, 사회학의 창시자인 막스 베버가 1917년 펴낸 '직업으로서의 학문'이라는 소책자의 내용은 교수들의 정체성을 재(再)정의하는데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베버는 교수란 독립적으로 사유하면서 창조적 학문 활동을 하는 직업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직업인으로서 교수가 수행하는 학문은 실천적이며 동시에 개인의 인격적인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독일의 대학교육 만큼은 여전히 막스베버의 사상을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유럽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독일은 차분하게 유럽의 맹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한국에서 교수가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학문영역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렇다고 오직 취업만이 살길이라는 대학교육은 인간으로부터 인(仁)과 의(義)를 소거시킴으로서 사회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