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황원민 건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지난주 대한신장학회 회의로 서울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이 위원회(투석위원회)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참석하는 교수는 필자 혼자였다. KTX와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강남까지 한걸음에 달려가 도착했는데 2명 정도의 위원님들이 지각을 하셨다. 모임 후 식사자리에서 ‘대전에서 오려면 힘들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요즘 대전도 수도권이라고 하던데요?"라고 대답했다.

실제 이날 회의에 지각하신 분들은 경기도 이천, 인천에서 오시는 분들로 거리상으로 따지면 대전이 제일 멀지만 실 이동시간은 대전에서 오는 필자와 비슷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울에서 다른 모임을 마치고 내려가는 지인들을 2명이나 만났다. 다들 일상이 된 모습이다. 그만큼 대전과 서울은 가까워졌다.

언론에서도 '범(汎)수도권' 이라는 단어를 종종 보게 된다. 정치 판도를 분석하거나, 설문조사를 분석할 때 비슷한 답변이 나오는 지역이라는 이야기다.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설명할 때도 언급된다. 주변에서도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본인의 직장이나 가족의 직장 때문에 대전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대전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대전이 '과학과 교육의 도시'라 각종 대학 및 연구소 등 엘리트 인력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 지역이라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또 세종시에 들어서는 정부기관들의 이동에 따른 인구 유입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필자의 기억에서도 10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대전에 여러 종합병원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대전에 연고가 전혀 없는 의사들이 서울지역에서 내려와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놀이터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초등학생들의 말투에서도 '충청도 사투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전·충청이 수도권이 되는 게 우리에게 좋아지는 것인가?

며칠 전 본지에 실렸던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 어떻게 극복할 건가’라는 사설을 읽었다. 지역 환자들이 서울에 있는 병원들로 원정 진료를 다니고 있고, 이것은 의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KTX 개통 이후 심하게 붉어진 문제로 최근 호남선 KTX 개통으로 인해 광주·전남지역 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와 일맥 상통한다. 이는 분명 대전·충청지역의 의료계를 힘들게 하는 점이다. 하지만 환자들만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 아니고 의사들도 수도권과 거리가 가까워졌다.

서울지역 몇몇 선생님들만 추진하는 일들을 대전출신 의사들도 참여해 중요한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마찬가지로 많아졌다. 자연스레 서울지역 병원들의 의료기술이나 병원 시스템을 지역의 병원과 비교하며 경쟁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학계의 인맥들의 거리도 자주 만나면 가까워진다. 예전에는 얼굴과 이름만 알고 말도 못 건네던 분들도 회의에 자주 갈 수 있어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고, 전국적인 무대에서 강연을 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사회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푸념만 늘어놓거나 낙담하고 퇴보한다면 대전·충청지역의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범수도권'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영향력을 전국무대로 키워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과 수준을 대한민국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파도가 몰아치면 파도를 타고 즐겨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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