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이돈규 충남도 산림녹지과장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남녁의 매화와 산수유를 시작으로 봄꽃 소식이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논 밭두렁에서 우후죽순 솟아나는 냉이와 쑥 등 봄나물의 알싸하고 향긋한 맛이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는 회춘(回春)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이 맘 때가 되면 항상 상기되는 명언 하나가 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네덜란드 유명 철학자 스피노자의 말이다. 생의 마지막 날 앞에 할 수 있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을 텐데 그는 모든 다른 일을 제쳐 두고서 왜 한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했을까?

그것은 ‘내일 나의 삶이 끝난다 할지라도 오늘은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철학자의 마음으로 그 이면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미래를 위해 꿈과 희망의 상징인 나무를 심겠다’는 우리 인간의 희망에 대한 의지가 투영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나무를 심는 일은 오늘날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참 소중한 일로, 우리 후손의 꿈과 희망을 심는 귀한 일이다. 현재 우리 인류는 숲으로 부터 엄청난 혜택을 받고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생존에 필수 요소인 깨끗한 공기, 맑은 물, 목재, 버섯·산나물 등의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고, 숲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고 정서적 심리적 안정과 질병의 치유까지 받고 있으며, 산사태와 홍수방지 등 자연재해로 부터 안전한 생활 환경까지 제공받고 있다. 이러한 숲의 공익적 기능을 돈으로 환산해 보면 우리는 숲으로부터 무려 109조원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민 한 사람당 연간 216만원 상당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숲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참 고마운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숲과 공존하기 보다는 그동안 개발이란 미명하에 숲을 무자비하게 파헤치고, 훼손하여 왔다. 지금도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밀림은 서울 면적의 20배가 달하는 밀림이 파괴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보다 개발과 문명을 더욱 중요시하며 살아간다면 숲은 더 이상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모습을 거둬 들이지도 모르겠다.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의 최근 저서 ‘희망의 씨앗’에는 9.11 테러가 일어났던 세계 무역센터 빌딩에서 살아남은 ‘돌배나무’를 찾아간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몸통이 불타고, 뿌리는 잘린 채 오직 가지 하나만 살아남아 생존이 불가능했던 이 나무가 인간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사건을 두고 제인 구달은 “우리가 자연을 포기하지 않는 한, 자연도 우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개발 논리가 대세인 요즘 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5일은 제70회 식목일이다. 우리 충남도는 식목일을 맞이하여 한그루의 꿈과 희망을 심는 일에 동참코자 4월 1일 예산군 신암면 용궁리 추사고택 뒷산에서 나무심기행사를 가지고 7500여평의 산에 소나무 2200여본을 심을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올해는 600만본의 나무를 심어 900만평의 새로운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미래를 위해 꿈과 희망의 나무심기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자연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그 손길이 숲의 고마움에 답하고, 나무에게 보내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의 표시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