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선우 사회팀장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달 16일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선택 대전시장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권 시장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이를 두고 ‘대전이 생긴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위기다. 대전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 시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3척의 배 중 이제 1척을 잃은 것이지만)지금 벌어지는 송사는 권 시장 개인적으로나 시민에게나 분명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시민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다. 1심 공판 이후 가장 마음을 새롭게 다진 사람은 오히려 권 시장이 아닌가 싶다. (10여년 이상 그를 지켜본 기자의 개인 의견이지만)권 시장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후 자신의 처지와 주어진 책무를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걸어온 자신이 걸어온 길과 꿈, 좌절…. 그리고 시민이 선택한 ‘대전시장’이라는 자리의 소중함과 막중함을 새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권 시장은 앞으로 자신에게 몇 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을지, 아니면 3년여의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울 수 있을 지에 상관없이 하루 하루 자신의 ‘소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 시장은 자신의 1심 선고 다음 날인 지난달 17일 특별 직장교육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공직자가 흔들리면 153만 시민에게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당당하게 중심을 잡고 본분을 지켜야 한다”며 “시민에게 안심시킬 수 있는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여러분들이 만들어내고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그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대전 시정을 위해 2배의 열정으로 가속페달을 밟겠다”며 “여러분은 저를 믿고 나는 여러분을 믿고 함께 손잡고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날 교육은 공직사회는 물론, 권 시장 자신에게 보내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주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걱정은 공직사회다. 권 시장 홀로 시정을 끌고 민다고 해서 거대한 공무원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1심 공판 이후 공직사회에 흐르는 공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해 연말과 올 초에 각 실국별로 쏟아냈던 정책이나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조용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 대신 서로 눈치를 보며 바짝 낮춘 자세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책상 위해 수북하게 쌓여 있는 현안 대신, 시장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권 시장이 마음을 다잡고 재촉을 하더라도 공직 사회가 성심껏 이를 따를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권 시장의 송사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권 시장 역시 주어진 임기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 공직사회 역시 주어진 책무에만 집중하면 될 일이다. 공직사회가 ‘시장을 위한 조직’이 아닌 ‘시민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권 시장을 포함한 공직사회 전체가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어디에 시선을 두고 달려야 하는지 되돌아 볼 시점이다.

대전 공직사회는 시장이 아닌 시민을 바라볼 때다.

불행한 대전시민이 될 지, 행복한 대전시민이 될 지는 공직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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