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유제봉 국제로타리3680지구 2005-06총재

요즘 정치인들의 막말파동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뿐이 아니다. 종북세력자들까지도 이에 편승해 가관이 아니다. 이처럼 정치권의 막말은 도를 넘을 정도로 지나쳐 우리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게까지도 서슴지 않아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자리인가. 국민이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우리의 최고지도자다. 특히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국가의 녹을 먹고 편히 누리고 살면서 틈만 나면 국민들의 얼굴을 붉히게 할 정도로 막말을 일삼고 있어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억제할 수 있는 어떤 제동장치는 진정 없는 것인지.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 국회로 진출해 그들에게 주어진 면책특권을 악용해 무법천지로 날뛰고 있는 현상은 국민들로 하여금 보기에 너무나도 민망스럽다. 과거에 저들이 이루지 못했던 철부지 정치사상을 이제 성인이 되어 여과 없이 전달되는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도 내놓을만한 정치인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TV드라마 사극 '정도전'은 고려 말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주인공 정도전을 비롯해 중요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사람이 바로 포은 정몽주다. 정몽주는 풍전등화와 같은 고려를 지키고자 이색, 정도전 등 신진 사대부와 함께 힘을 합치는 한편, 훗날 조선을 세운 이성계와도 뜻을 같이했지만 이들의 목표는 서로 달랐다. 이성계는 고려를 없애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고 했으나 정몽주는 개혁을 통해 고려를 바꾸길 원했다. 그러나 왕이 되고자하는 이성계와 고려를 지키고자하는 정몽주는 더는 한편이 될 수 없었다. 이때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훗날 조선 태종)이 고려의 마지막 기둥이었던 정몽주의 의중을 떠보려고 술자리를 베풀어 초대하고 정중하게 잔을 권하며 시조 한수 하여가(何如歌)를 읊게 된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萬壽山) 드렁 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할까. 만수산 칡넝쿨이 드렁 얽혀진들 어떠하리. 당신과 나는 칡덩굴처럼 얽혀져 오래오래 함께 살자구나 하고 이방원이 은근히 뜻을 같이할 것을 회유했으나 정몽주는 즉석에서 단심가(丹心歌)로 화답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백골(白骨)이 진토(塵土)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님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을 다시 죽어 횐 뼈가 흙이 되고 혼백이야 어찌되던 임금을 위한 나의 충성된 마음이야 변할 리가 있겠느냐 하고 응답했다. 이렇게 고려왕조에 대한 충성심을 일거에 토로하자 이방원은 정몽주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아차리고 사람을 시켜 그가 돌아가는 길목인 선죽교에서 살해하고 만다. 만수산 드렁 칡에 비유하면서 한 백년 영화를 함께 누리자고 만고의 충신 정몽주를 회유하는 야심만만한 이방원의 글 솜씨도 놀랍거니와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의 모골(毛骨)이 송연한 대목을 끌어내어 결연한 의지를 보여 준 정몽주의 충절(忠節) 또한 더욱 빛나지 않은가.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에 자리한 정몽주 묘소 입구에는 그의 충절을 보여주는 단심가가 적힌 비석이 있고 그리고 그 옆에는 정몽주 모친이 지었다는 백로가(白鷺歌) 비석이 나란히 서있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성난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청강에 고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역시 위인의 뒤에는 훌륭하신 모친이 계셨고, 가르침 또한 출중하여 오늘에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요즘 아무리 첨단 과학의 시대라 하지만 우리의 선조요 옛 정객들의 충절만큼은 기리 남겨져 이처럼 후손에게까지 계승되어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충(忠)·효(孝)의 정신이 점점 훼손되어져 궁극의 인간미마저 무너져 버리는 무서운 사회로 변질되어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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