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얼마 전 고향을 다녀오는 길에 어릴 때 추억이 서린 초등학교를 둘러보았다.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1000여명의 학생이 북적북적하던 학교 건물과 운동장은 이제 겨우 50여명의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모두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탓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의 속도에 비례하여 인구의 탈농촌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그 결과 도시의 인구밀도는 비정상적으로 높은데 비하여, 농촌은 폐허로 전락해가는 듯하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면적의 12% 정도에 불과한데, 인구비중은 50%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에 대부분의 국가 핵심 시설과 자원이 몰려있다. 많은 정부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서울은 조선 건국 이래 여전히 정치·문화·경제·교육 등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집중화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 교통·주거·환경 등의 악화로 삶의 질 약화와 거대한 공룡처럼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비효율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도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전근대적 사고에 젖어 '몸집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할 방침을 세웠다는 점이다. 서울 집중형의 비정상적인 국가구조는 균형발전의 저해 요인일 뿐만 아니라, 휴전선에 근접해 있어 국가안보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토의 균형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가의 균형발전은 헌법상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최근 이러한 헌법적 의무를 망각한 입법의 오류로 인해 다시금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이 바로 그것이다. 그나마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그동안 대학의 수도권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 이 특별법 때문에 주한미군이 이용했던 공여지나 그 주변 지역으로 대학 등의 이전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이러한 법의 허점에 편승하여 각 지방에 있는 대학들이 너도 나도 수도권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과밀화의 폐해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국가의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시도가 거듭되고 있으니 우려할 만한 일이다. 물론 신입생 모집 등 지방대학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수도권 이전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방대학이 수도권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대학은 그 지역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울에 가지 않고도 잘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그 지역에서 꼭 필요한 대학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 소재 대학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대학이 지역 발전을 선도하고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정책 개발은 물론 가시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땅덩어리에 살고 있으면서, 왜 우리는 아직도 굳이 서울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과감하게 수도권집중을 규제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을 조속히 개정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하루 빨리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공간적 정의(正義)'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 보았듯이, 국회가 정략적·정파적으로 입법 활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 어떤 법률의 제·개정에 앞서, 그로 인해 국가적으로 어떠한 문제와 부작용이 생길 것인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진지하게 고민한 후 입법에 임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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