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박헌오 대전문학관장

물길은 흘러와 절벽에 이르러서 아래로 까마득히 까무러칠 듯 몸을 내던져 하얗게 꽃을 피운다. 폭포에 한번 떨어져 흘러간 물은 강으로 바다로 떠나가 되돌아오지 못하지만 여전히 폭포는 그 자리에 있다.

햇살은 어둠을 헤치고 황홀하게 쏟아지고, 바람은 먼 길을 흘러와서 우리를 감싸고 소용돌이 치면서 새로운 계절의 피가 흐르게 하고, 숲은 색채를 물들여 오감을 일깨워 준다.

앙상한 뼈대로 서있던 나무들은 낙엽과, 꽃잎과 열매가 떨어져간 일을 기억하며 새로운 잎이 돋고, 꽃눈을 터트린다. 이같이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나 실패하고 좌절했던 사람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출발선상에 서서 새날이 열리는 종소리를 기다린다. 종소리는 밤과 낮의 거리를 오가며 한번은 지난날을 위하여 울리고, 또 한번은 새로운 날을 위하여 울린다. 그 모든 것들은 각자 스스로의 목소리로 폭포가 되어 종을 울리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물의 폭포, 햇살의 폭포, 녹음의 폭포, 바람의 폭포, 꽃들의 폭포 그리고 가슴마다 안고 있는 생명의 폭포, 사랑의 폭포, 기쁨과 슬픔의 폭포가 그러하다. 우리들은 4월을 맞이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의 4월은 뼈아픈 기억 위에서 피어난다. 여전히 꽃은 새잎을 피우고 우리는 미래를 향해서 흘러가야 한다. 생각이 달아올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한편의 시조를 써보았다.

잊고있던 상처들이 / 빠질 듯 흔들리더니 / 태몽의 빗장 풀고 / 푸른 날개 펴는 과목(果木) / 모성을 봉인한 자국에 / 억만송이 꽃이 숨다 /

고요한 함성으로/ 마른강의 광채로/ 임의 안부 상재한 / 피맺힌 시집 한권 / 물보라 만폭의 머릿채 / 난분분 새가 날다 /

붓 끝에 오색 찍어/ 한 획으로 건너면/ 알몸의 무릎으로/ 피어나는 원죄의 빛/ 온 세상 눈물이 영롱해지는/ 스스로의 폭포이다-폭포, 4월의 만감

아프고 어두운 기억을 안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봄소식을 갈망한다.

자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봄을 맞이할 줄 모르는 것은 스스로 죽음의 그림자에 갖혀 있음이다. 이같은 변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며드는 에너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자꾸만 우리 사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불신하는 풍조가 팽배해져 간다. 물질과 현금의 순환에만 치우치면서 인문학을 경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를 위한 4월의 혁명정신은 우리의 중심으로 맞이하는지.

우리의 잘못으로 어린 양같은 아이들을 수장시킨 참사를 참회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이 시대의 보속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믿어지지 않으니 웬말이냐? 단말마적인 물질적 이기주의만 숭상하고 원천적 정신에너지를 소홀히하는 상황에서는 올바른 미래관을 세울 수 없다. 자유를 쟁취한 연후에는 자유를 지켜갈 수 있는 양심과 책임으로 진정한 4월혁명의 꽃이 피어나도록 가꾸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문화의 에너지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인문학을 바르게 발전시켜 적용하고, 시와 음악과 명화가 흐르는 예술적 환경에서 정서적인 아이들이 성장시켜 새시대를 맡겨야 한다.

엘빈 토플러가 말하는 비화폐가치를 활용하여 새로운 부와 권력을 창출해야 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4월에는 공존하는 자유, 참회하는 책임을 다하는 조화로운 폭포를 만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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