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조재홍 K-water 아산권관리단장

세계경제포럼(WEF)은 '2015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인류가 직면한 28개의 주요 글로벌 리스크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 홍수·태풍 등 극단적 기후변화, 기후변화에의 적응 실패, 수자원 위기와 같은 '물 위기'가 영향력 측면에서 1위로 선정되었다. 이른바 물의 위기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물의 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최근 10여년간의 홍수피해만 보더라고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그리고 2006년 에위니아 등 대형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지난 해 8월에는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30㎜가 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려 도시 기능이 마비되기도 했다. 또한 104년 만이라는 2011년 충남 서부지역의 가뭄, 그리고 금년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극심한 가뭄 등이 물관리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홍수와 가뭄 피해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강도가 더 세지고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 나라의 자연재해는 태풍·호우 등 물에 의한 피해가 8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홍수 피해액은 1980년대 대비 5.3배 급증하였으며, 최근 10년 동안 평균 1.2조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최근 5년간 홍수재해의 98.7%, 피해금액 4,223억 원이 지방 중·소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다목적댐 건설과 4대강 사업을 비롯한 대규모 하천사업으로 큰 강의 홍수피해는 크게 감소한 반면, 지방 중·소규모 하천의 홍수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각 지자체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홍수재해 방지를 위한 투자는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거나, 이마저도 피해 예방 차원이 아닌 사후 복구에 집중되고 있어 아까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따라서 각 지역별로 주변 여건에 맞는 선제적 홍수재해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홍수재해 예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강우량과 하천 수위 등 전 지역의 수문자료를 한데 모으는 일이다. 지자체를 비롯하여 기상청·홍수통제소 등 물관리에 관련된 여러 기관들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며, 노후된 관측설비를 현대화·과학화 하는 데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K-water가 추진중인 홍수재해 통합관리사업은 이런 면에서 여러 지자체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간 축적한 물관리 기술을 바탕으로 각 지자체별로 맞춤형 물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역의 모든 수문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상황별로 위기대응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재해의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중소하천에 특화된 홍수모니터링 기준으로 홍수경보를 적기에 발령함으로써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마침 '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이 4월 12일부터 대구에서 개최된다. 'Water for Our Future'라는 물포럼의 슬로건과 같이 물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자원으로서, 우리의 지혜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수자원의 계절적·지역적 편중뿐만 아니라 물관리 업무가 부처별로 다원화되어 있어 종합적인 관리가 매우 어렵다. 최근 통합물관리(IWRM)를 비롯하여 ICT를 적용한 똑똑한 물관리(스마트워터그리드) 등 물관리 선진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다. 홍수재해의 통합관리가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좋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편안한 국토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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