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태경환 대전서부경찰서장

▲ 태경환 대전서부경찰서장
최근 각종 뉴스와 신문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바로 '갑'과 '을'이다. 이는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의 또 다른 말로서 우리사회에 뿌리박힌 가해자의 횡포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피해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는 것이다.

수많은 피해자 중 가장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이 범죄피해자다. 범죄피해자는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해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를 받은 자로서 과거 전통적 형사사법체계에서 피해자는 증거 또는 증인의 제3자적 지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회복적 사법개념 도입으로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피해자는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소극적 지위에서 형사절차에 적극 참여하는 권리의 향유자로 발전되고 있다. 국민들 역시 과거 범인검거와 같은 전통적인 경찰활동 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등과 같은 적극적 경찰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선진국의 피해자 보호활동을 살펴보면, 일본에서는 경찰청, 지방청, 경찰서에서 피해자 보호 전담부서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800억원 가량의 예산을 경찰청이 직접 집행하는 등 범죄피해자 보호대책의 주관부서로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경찰서마다 피해자 지원경찰관(Victim Supporter)을 지정해 피해자에게 병원안내·수사절차통보를 하고 있으며 살인사건의 경우 장례참석·지원절차 안내 등 피해자 지원업무를 전담해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 제30조에 범죄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선언하고 있으며, 범죄피해자보호법을 제정해 그 기반을 마련했다. 경찰 역시 범죄피해자보호규칙을 제정하고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노력했으나 국민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경찰은 올해를 피해자보호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피해자 보호 전담체계를 재정비했다. 경찰청에는 피해자지원담당관을 두고 각 지방청은 피해자보호팀을 구성했으며 경찰서에는 피해자보호전담경찰관을 배치해 사건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을 통해 피해회복의 골든타임을 수호한다. 또한 범죄피해자구조금 지원, 피해자 신변보호, 신변안전 우려자에 대한 임시숙소제공, 피해회복을 위한 전문단체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해 피해자의 정상적인 사회생활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보호와 관련한 법령과 예산이 거의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중심으로 돼있어 경찰의 조치단계에서 피해자 보호·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정비와 예산확보가 필요하며, 현행 검사 독점적인 수사구조를 개선해 경찰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범죄피해자는 경찰 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보듬어야 할 이웃이다. 범죄피해자의 2차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변환이 필요할 때이며 지금부터라도 소외돼 있는 수많은 ‘을’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보일 때이다. 올해는 범죄피해보호원년의 해로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었던 기념비적인 해로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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