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필자는 얼마 전 우송대 총장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의 부라이다시에 있는 카심경영경제대학과 우송대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의 교육교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사업비자 외에는 비자자체를 발급받기가 까다로운 금단의 땅,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녀온 그때의 감흥을 여러분께 전하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가 물보다 싸다는 것은 농담이 아니다. 석유가 나기 전에는 유목 생활을 하는 가난한 국가였지만 지금은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다. 가솔린 7ℓ의 가격과 물 1ℓ의 가격이 거의 맞먹는다. 미국에서도 '기름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8기통 SUV차량들이 시속 120~150㎞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과연 주요 산유국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16%를 차지하고 있고 석유 수출은 국가 수입의 80%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GDP는 927조원에 달하며 국민 1인당 수입은 3103만원으로 세계 경제 20위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에게 유가보다도 가장 큰 경제적 혜택은 주택융자와 교육비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우후죽순처럼 지어지는 멋진 빌라들의 가격은 3억원에서 4억원정도인데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이 주택융자를 받아 집을 한 채 구입하면 융자금을 최소 6개월, 최대 2년 정도만 상환을 하면 된다.

교육비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무료이다. 유학을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 학생이 하버드대학과 같은 해외 유수의 대학에 유학한다면 정부는 교육비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지원해준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싶겠지만 어디까지나 석유가 펑펑 나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경제적으로는 지상낙원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상 나라의 모든 부는 국왕일가에 독점되어 있고 국민이 부유한 것은 아니다. 세금이 없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배경에는 몇 년 전 중동 지역에 일어났던 '아랍의 봄' 혁명 때 당시 주변 중동국가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가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번질 것을 우려한 국왕의 정책도 한 몫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자가 외출 시에 얼굴과 몸을 드러낼 수 없고 남성, 외부인과 불필요한 접근이 불가하고 여성전용장소 외에 단독으로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없고, 입후보 및 투표를 할 수 없으며, 영화, 음악, 무용 등 문화 활동도 안 되고, 허가증 없이 여행도 할 수 없으며, 자전거, 운전을 할 수 없는 나라다. 영화 '와즈다'의 홍보문구는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잘 나타내 준다.

필자가 방문했던 카심경영대학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각각 다른 캠퍼스에서 공부를 했고 필자의 강의도 여학생들은 화상으로 봐야했을 정도다.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캠퍼스에 접근할 수 있는 한계가 주차장이었는데 여성들의 운전을 허락하지 않아 여학생을 태울 수많은 운전수와 차량이 대기하고 있는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여성들 스스로 자유와 권익을 찾기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국제기구나 인권단체들이 사우디에 여성차별관습을 철폐하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여성들에게도 실낱같은 희망이 비치고 있다. 앞서 말한 '와즈다'라는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감독이 만든 것으로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대로 꿈을 접어야 하는 10살 소녀의 유쾌한 반란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 개봉 후 이슬람 율법이 수정돼 여성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 이 영화가 '기적의 영화'로 불린다고 한다.

또, 2009년 설립된 수왈의 압출라 왕립 과학기술대학교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공부할 여건을 마련한 최초의 대학이다. 100년이면 바닥날 그들의 주 수입원인 석유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인 일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세계 트위터 사용자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우디아라비아로 국민 중 절반 이상이 25세 미만으로 이것은 국가 미래 생산성 전망이 밝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교육자 중 한 명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젊은이들 중심으로 특히 교육을 통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하고 돌아오면서 교육만이 기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굳건히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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