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고명환 K-water 서산권관리단장

어느 한 나라의 문명화나 발전정도를 알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 그 중 하나를 제시한다면 나는 그 나라 국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의 품격이라고 생각한다.

고대 로마의 경우 BC 312년에 만들어진 아피아 수도를 비롯하여 BC 226년에 완성된 알렉산드리아 수도까지 11군데 수도가 있다. 그 어느 곳이나 주변의 샘물과 호수에서 인공수도를 통하여 물을 끌어 들이고 침전지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뒤 저수조에 보관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좋은 수질은 음료수로, 나쁜 수질은 원형경기장의 못물이나 하수도의 유지용수로 사용하였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 시대 문화수준은 놀랄 만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수돗물은 지자체 또는 K-water에서 정수장 운영을 통하여 공급하고 있으며, 저마다 더욱 믿고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수돗물 생산을 위하여 고도처리시설 등 첨단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훌룡한 시설에서 생산된 수돗물이 여전히 불신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관로를 통해 수도꼭지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의 오염을 걱정하는 것이다. 국내 수돗물 직접 음용율은 아직까지 5% 수준으로 미국의 56%, 일본의 52%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 이러한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연간 2조 2,5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니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을 해결하자는 것이 K-water에서 추진하는 수돗물 패러다임의 혁신, 건강한 물 공급 사업이다. 건강한 물 공급 사업이란 과거 정수장 중심에서 관로 운송과정으로 시야를 확대하여 정수장의 맑고 깨끗한 물이 오염 없이 수도꼭지까지 이르게 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관로 운송과정에서 소독능 확보, 오염감시, 오염차단, 오염제거 등 관로 제어기술을 개발·적용함으로써 누구나 불신 없이 수돗물을 음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아파트의 저수조 또는 가정용 수도꼭지에 이르는 작은 배관까지도 관련 기술을 연구 개발하여 보급하고 필요 시 시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K-water는 이를 ‘건강한 물’ 공급 사업이라 명명하였다. 지속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을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듯이 건강함이란 가공을 최소로 하는, 자연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 수돗물은 자연계에서 최소의 가공과정을 거쳐 얻어지는 가장 자연에 가까운 상태의 물이다. 자연 상태의 물이 가장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K-water에서 2014년도에 파주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건강한 물 공급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이 사업 시행 전 1%에서 시행 후 19%로 상승되었다. 건강한 물 공급 사업은 수돗물 음용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인다는 의미 이외에도 부가적으로 정수기 사용에 따른 비용이나 에너지 소모 등 국가적인 낭비요인을 낮출 수 있는 효과도 있다.

K-water는 금년도부터 서산시 등 지방상수도를 수탁하여 운영하는 곳부터 건강한 물 공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하여 국민들이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수돗물을 마심으로서 물로 인하여 더 행복해 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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