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권영준 K-water 충남중부권관리단 수도운영팀장

영화 ‘허삼관’에 흥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한 인물이 보다 많은 피를 팔기 위해 강물을 연거푸 마시면서 "훗날에는 이 물도 사 마시는 날이 올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임에도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잘 예견하고 표현한 느낌이다. 오늘날 생수를 편의점에서 사서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현실을 보면, 짧은 기간 동안 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00~1500㎜로 세계 평균 900㎜의 약 1.4배로 적지 않은 양이다. 그러나 인구밀도가 높고 비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형적 특성상 유출계수가 높아 인구 1인당 강수총량은 약 3000㎥/년으로 세계평균 3만 4000㎥/년의 11%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 2012년 OECD가 발간한 2050 환경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물 부족(water-stressed) 국가로 평가돼 있다. 그러나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나오는 수돗물을 넉넉하게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러한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부터 ‘물쓰 듯하다’, '물 같다’ 등 물은 풍부하고 하찮다는 인식으로 인해 전기, 가스, 기름 등 다른 자원과 달리 소비형태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물값이 다른 자원만큼 비쌌다면, 이런 소비가 일어났겠는가?

실제로 2014년 전국평균 수돗물 생산원가는 813.4원/㎥이며, 요금은 619.3원/㎥로 현실화율은 76.1%에 그쳤다. 또한 OECD 국가별 수도요금을 비교해보면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5.2배 비싸며, 일본도 2.7배 비싸다. 가계소득(GDP)에서 물 값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해 보아도 한국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적·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국민적 홍보와 함께 물값 현실화를 통한 물소비자들의 의식개혁으로 절약의 생활화와 수자원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댐 건설 등을 통해 수자원을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별로 물이 부족하여 고통받는 곳이 있어, 물 부족지역에 물 확보대책이 시급하다. 수자원 확보를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나 사회적으로 순기능보다는 환경적 역기능이 부각되어 근래 들어 댐건설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충분한 강수량임에도 불구하고 물 부족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 같은 물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친환경적 댐 및 중소규모의 저수지 건설을 통해 귀중한 자원으로서 물을 관리하는 시각이 절실한 시점이라 판단되며, 이를 통해 전 국민이 고른 물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은 다른 대체수단이 없으며, 인류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다. 물은 더 이상 물이 아니고 시급히 확보되어야 할 귀중한 자원으로 인식하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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