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이철희 청주시 복지문화국장/행정학박사

이 팀장은 요즘 조직원들의 내부 갈등으로 고민이 많다. 직원들의 업무능력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 데 무엇을 지시하면 서로 간에 떠밀기 일쑤고, 이상하게 협조가 안 된다. 직장 분위기가 침체돼 있어 사무실에 냉기마저 느껴진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하고 기다렸지만, 점점 문제가 커지는 것 같다. 저조한 분위기 탓인지 성과도 나지 않아, 상사에게 자주 질책을 듣곤 한다. 이렇게 조직 내 갈등을 방치하면 조직원 간에 신뢰가 무너지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조직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

조직 갈등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조직의 자원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지속되고 성과가 없다면 우선 업무분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업무량이 한쪽으로 편중돼 있거나, 업무의 중요도를 고려하지 않고 업무분장이 이뤄지면 조직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분장과 관련해 다음 몇 가지만 유념해 추진해도 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조직이 해야 하는 업무를 빠짐없이 기록해 본다. 누락되는 것 없이 세부적으로 업무를 총망라한 후, 관련 업무끼리 묶어 분류를 한다.

둘째, 인력상황에 맞춰 업무량을 공평하게 배분한다. 주의할 것은 아무리 관리자가 업무를 잘 안다고 해도 임의로 업무를 배분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직접 배분과정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공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조직원들의 직급과 적성을 살펴 개인별로 업무를 분장한다. 이것도 직원들의 보직 희망을 반영해 분장을 하는 것이 좋다. 승진을 앞두고 있는 고참 직원에게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분장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근무평정이 이뤄진다는 것을 조직원들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직원들의 참여하에 추진된다면, 어느 정도 조직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사항을 함께 실시해야 조직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첫째, 개인별 업무처리 매뉴얼을 작성한다. 이를 통해 업무처리 과정 정리는 물론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 등을 사전에 결정할 수 있어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다른 직원의 협조사항도 명시해야 하며, 업무 관행과 비하인드스토리 등도 비공식적으로 담아두면 후임자가 참조할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려 완벽한 매뉴얼을 만들기보다 서서히 완성해 간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둘째, 업무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매뉴얼에 따른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 피드백을 한다. 사전에 점검 일자를 정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셋째, 업무 실적 평가를 공정하게 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업무분장 당시 정한 기준대로 평가를 해야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점이다. 6개월에서 1년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진행해야 한다.

조직의 갈등을 풀 실마리는 거창하지 않다. 업무 분장에서 처리, 평가까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조직 내 갈등이 해소됨은 물론 기대 이상의 업무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업무배분만 잘 해도 그 조직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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