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강철구 대전시 보건복지여성국장

지난달 12일 유성에 위치한 대전선병원 국제검진센터에서는 미주, 유럽, 중동 등 세계 각국에서 온 170여명의 외국인들이 전문 진료와 상담, 건강검진을 받았다. 대전 시내 병원에서 외국인들이 진료와 건강검진을 받는 모습은 대전시의 의료관광 정책이 결실을 맺으면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의료관광은 개인이나 단체가 자신의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방이나 외국에서 현지의 의료기관이나 요양기관 등에 머물며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검진을 받는 관광형태를 뜻한다. 쇼핑, 문화체험 등도 함께 진행되면서 요즘은 한류 등 문화산업, 음식 및 관광산업과 연계한 융복합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5월 1일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관광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다른 산업과 연계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전문가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창조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의료서비스 시장의 확대로 매년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이다. 시에서도 지난 2010년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최신 의료시설과 의료기술 등 잘 갖춰진 병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1963명이던 해외환자를 2014년 8000명 선까지 유치하는 등 성공적으로 의료관광 산업을 정착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 싱가폴, 태국 등의 등장으로 갈수록 치열해 지는 국제 경쟁과 부산, 대구, 인천 등과의 국내 유치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융복합 의료관광 모델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치료나 건강검진 목적으로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는 56.9%가 관광을 즐기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치료와 관광을 연계한 상품을 찾는 비중도 늘면서 융복합 의료관광 모델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시는 이런 의료관광 산업의 변화에 대처하고, 외국인 환자와 가족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한류청소년캠프 운영, 유성온천 한방 족욕카페 및 피톤치드 숲 조성, 계족산 맨발축제 등 계절별 축제와 연계한 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을지대학병원, 충남대학병원, 선병원 등 6개 병·의원과 함께 오는 18~21일까지 4일 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제22회 모스크바 국제관광 박람회’에 참가한다. 박람회에서는 대전 의료관광 홍보관을 운영하고, 러시아를 비롯한 참가국을 대상으로 의료관광 설명회, 비즈니스 미팅, 의료체험행사를 개최한다. 또 에까테린부르크와 사마라를 방문하여 현지 에이전시 미팅, 의료관광 홍보설명회에도 나설 계획이다. 시는 이번 유치활동을 계기로 중국, 몽골 등 아시아권 위주에서 러시아, 중동 등 신흥국 중심의 의료관광객 유치를 통해 중국의 성형수술 의료관광 규제 움직임에 대비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2015년 의료관광객 1만명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의료관광 산업에 병·의원만이 참여하는 시대는 지났다. 병·의원은 여행사 등과 함께 해외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대학은 의료코디네이터, 의료통역사 등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가를 육성하여 병·의원에 공급해야 한다. 관광명소, 호텔, 음식점, 백화점 등 지역의 관광 및 유통업계는 의료관광객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등 상생 협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관광객 1명을 유치하면 자동차 3대를 수출하는 경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멀지 않은 장래에 시내 병·의원과 관광지, 음식점, 백화점 등이 외국 의료관광객으로 넘쳐 나는 ‘융복합 의료관광 국제도시’대전의 모습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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