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경철수 정치·경제부장

“공무원이여 골프를 쳐라(?)”

골프가 아무리 대중화된 스포츠라 해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선 ‘귀족 스포츠’로 여겨지는 마당에 기자가 뜬금없이 공무원들의 골프를 장려하는 듯한 말을 해 많이 당황 했으리라 여겨진다.

이는 그동안 골프가 단순한 운동을 넘어 대체로 특정계층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고위공직자와 골프회동을 하고, 그 자리에서 대가성 금품이 건네지면서 ‘비리의 온상’ 내지는 ‘로비의 장’이 된데서 비롯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당에 공직자에게 골프를 권장하는 듯한 화두를 필자가 내 놓은 데는 바로 얼마 전 영향력 있는 지역의 한 기업인과의 오찬자리에서 들은 얘기가 공감이 가서다.

이 기업인은 최근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전국대비 ‘충북경제4% 실현’을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하면서 이 기업인은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 하지만, 요원한 이유는 ‘공직사회의 경직된 사고에서 비롯된다’고 꼬집었다.

시일을 다투는 신규사업의 인·허가를 위해 중앙부처의 유권해석까지 거쳐 관련서류를 구비해 관할 행정기관에 내 밀어도 곧바로 처리되는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란 것이다.

더구나 공직사회가 아직도 ‘무사안일’ 내지는 ‘복지부동’에 빠져, 혹여라도 책임지는 일이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며, ‘검토해 보겠습니다’, ‘시일이 좀 걸립니다’란 상투적인 말만 되풀이 한다는 하소연까지 했다.

이런 연유에서 공직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업무의 융통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공무원들이 사람을 많이 만나 소통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운동인 ‘골프를 쳐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공직사회가 제법 투명해지고, 깨끗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암행감찰반에 뒷덜미를 잡혀 형사처벌을 받는 공무원이 많은 상황에서 ‘골프 회동’을 꼭 권장할 만한 사항은 아니란 것쯤은 기자도 잘 안다.

오죽했으면 일명 ‘김영란 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것을 놓고서도 논란이 될까.

김영란은 우리나라 사법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사람이며,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면서 공무원의 부정부폐와 부정청탁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팽배하자,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대가성 뇌물 자체에 대해 공직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창한 사람이다.

가장 큰 골자는 이른바 ‘떡값 검사’, ‘벤츠 검사’, ‘소폰서 검사’의 경우처럼 이른바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면서 공직자들이 일상적인 친분관계에 의한 돈이나 금품을 받는 경우를 처벌하자는 것이다.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품의 5배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을 국회에서 제정해 놓고서도 적용시기와 대상을 놓고 여전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경직된 공직사회의 사고를 풀고, 현실감을 체득하기 위해서라도 공직사회의 골프 치기를 권장해야 한다는 지역의 한 기업인의 뼈대 있는 말(言中有骨)이 제법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기업인은 충북도가 민선6기 들어 4%경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 수 있는 데는 앞서 오창과학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수많은 산업단지를 조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미리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고, 사막에 파 놓은 우물에 물고기가 꼬여 드는 상황을 실례로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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