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박진환 정치팀장

최근 대법관들과 국회의원들이 우리 사회에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졌다.

12일 대법원은 '벤츠 여검사 사건'의 주인공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이 여검사는 한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를 비롯해 중형 전세 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등 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았지만 당사자들이 주장한 '사랑의 정표'를 법원이 인정하면서 무죄로 풀려나게 됐다.

이제 공직자와 민간기업 종사자, 검사와 변호사, 대기업과 협력업체 종사자들 간 ‘사랑’만 인정된다면 소소한 고급승용차나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 3일 국회에서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171명의 재석 의원 중 찬성 버튼을 누른 의원은 불과 83명이었고, 42명이 반대, 46명은 기권하면서 이 법안은 과반(86명) 이하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은 온갖 꼼수로 이 법안을 부결시켰고, 그 결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표결 직전 반대토론에서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을 이유로 CCTV 설치를 주장할 수 없는 것처럼 어린이집 CCTV 의무화는 타당한 대책이 아니다. 감시에 의한 강요된 서비스가 보육의 질이 되어선 안 된다. 보육에 필요한 건 사랑이지 감시가 아니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 법안의 통과를 적극 반대했다.

이 주장이 궤변이라고 단정짓는 이유는 이 논리대로라면 입법부나 사법부는 이 세상에 필요없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행정부, 검찰과 경찰이 국민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있고, 수십만명의 공복들이 온몸을 바쳐 일하고 있는 마당에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나 사법통제는 필요없는 옥상옥이다.

사랑만 가득한 한국 사회에서 CCTV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대체수단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참 좋은 해석이지만 오늘도 불안감에 떨며, 우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 심정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논리다.

여기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월권행위도 도를 넘어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부모와 보육교사 간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일반 CCTV와 함께 네트워크 카메라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국회 법사위는 '영상정보의 무단 복사와 유출 위험이 크고, 보육교사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에 관한 내용을 법안에서 삭제했다.

당초 이 법안은 지난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김치를 뱉어낸 어린아이를 보육교사가 내리치는 동영상이 공개됐고, 전국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제안됐다.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 보육이 아닌 학대와 폭행을 당했다는 점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에라도 가해자를 처벌하자는 취지로 논의됐다.

그럼에도 국회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에 힘을 보탠 의원은 83명에 그쳤다.

그나마 소신있는 반대를 외친 의원은 42명이며, 나머지는 기권(46명) 또는 불참으로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집단 반발을 무마시켰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학대와 폭행을 예방하자는 공감대보다는 거대 이익단체의 입법로비에 국회가 굴복한 형국이다.

현재 여·야는 일제히 어린이집 법안이 무산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내달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통과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

한국사회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국회의원들과 대법관들이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이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아이들의 안전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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