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입학처장·병원경영학과 교수
거점 국립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은 이러한 위기상항을 극복할만한 확실한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혁신의 의지 속에서 새로운 대안의 실험이 왕성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기존 지식권력의 주체인 교수집단은 이와 같은 모험을 순순히 수용하지 않는다. 지방 대학의 현실은 마치 안개 속과 같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탐험을 시도하려는 혁신세력과 기존 역량의 점진적 개선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세력이 상호 충돌하는 양면성 속에서 언젠가는 불거질 대혼란을 앞두고 정적(靜寂)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다. 지방대학들은 당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양면성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은 높아만 가고 있다.
미래의 실험과 탐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혁신세력은 아무래도 경영진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유연성, 강력한 집권화 및 기존 문화의 해체라는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반면 교수집단은 기존 역량의 활용과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는데, 이는 분권화 및 보수적인 문화의 유지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양 세력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전략과 문화는 서로 판이하다. 한 개의 조직이 이처럼 다른 가치 속에서 갈등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성장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상황 논리적으로는 당장 미래의 탐험세력이 더 큰 지지를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 역량의 활용을 통한 점진적 개선의 요구도 졸업동문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또한 기존 역량의 활용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점진적 개선의 요구는 정당화된다. 왜냐하면, 미래를 대비한 탐험의 노력이 지금 당장에는 노력 그 자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존 역량의 활용은 탐험활동의 성과가 나오기까지의 공백기를 메워주기 때문에라도 쉽사리 제거되지 못한다. 지방대학들은 지금 이 두 가지 힘의 균형을 가까스로 잡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미래의 목표에 맞춰 정확한 탐험활동을 추진하지 못한 대학들은 2019년부터 닥쳐올 수험생 급감이라는 절벽에 도달하면 급격한 쇠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위험을 무릅쓰면서 실험적 탐험을 감행하는 지방대학들을 무력화시키는 상황은 또 있다. 그것은 서울지역 대부분의 대학들이 느긋하게 점진적 개선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학과 달리 그들은 정부에서 내거는 특성화 돈 잔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한 미래의 실험적 탐험이 확실한 성공을 보장한다는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기존 역량의 활용만으로도 한국 사회에서 지식권력의 유지와 향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굳이 조직의 혼란을 무릅쓰고 탐험을 감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지방대학들이 학생모집에서 죽을 쑤고 있는 것과는 달리 갈수록 서울지역 대학들의 경쟁률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방대학의 실험적 탐험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 역시 결국에는 서울지역 대학들의 건강을 돕기 위한 임상실험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