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황원민 건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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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는 일요일 아침.

혼자 일어나 조용한 아침을 맞다보면 나만의 시간이 따로 생기는 즐거움이 있다. 보통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확인을 못했던 메일을 확인하곤 하는데 그러다가 식구들이 일어나면 '나'만의 시간은 종료된다. 이번 주에는 문득 서재에 있는 책상을 정리했다. 천재들의 책상이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돼 보이지만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다고 하던데, 나는 천재도 아니니 책상은 그냥 지저분하게 쌓여 있는 모양이다.

한 시간쯤 되었을까. 책상 위를 어지럽힌 여러 인쇄물들, 출력한 종이, 광고 전단지, 메모지, 명함 등을 훑어보고 쓰레기통에 '버리다' 보니 어느새 책상은 깨끗해졌다. 그런데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것, 정말 중요한 것은 별로 없었다.

이번에는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을 정리했다. 1주일간 125개 정도 읽지 않은 메일이 있었지만 다 휴지통으로 버리고 나니 결국 카드 내역서 메일만 남았다. 결국 '정보 쓰레기'를 휴지통에 버리는데 소중한 아침 2시간을 다 날려버리고 만 것이다. 정보 쓰레기라는 것은 냄새도 나지 않고 보기에도 더러워 보이지 않아 그 내용을 펼쳐보고 읽어 본 후 버릴지 말지 결정하므로 버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매일매일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정보를 가지려고 한다.

18세기 산업혁명시대에서 20세기 산업화 시대까지는 많은 것을 소유한 자가 성공하는 시대였다. 인구, 산업은 팽창되고 정보를 손에 넣으면 손쉽게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실제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미국 종합병원 성공의 척도는 병상수로 판가름나던 때가 있었다.

당시 종합병원들이 병상수를 늘리는 데 총력을 다했고 그 결과 3000병상이 넘는 거대병원들을 마구 생겨났다. 시설 및 장비를 많이 갖춘 병원들이 최고의 병원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이같은 거대한 규모와 조직은 필연적으로 관리부실 및 경영의 악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오늘날은 양적인 성장보다는 전문 분야를 특화시킴으로써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가진 병원들이 더 대우받는 사회가 됐다. 정보화 시대인 21세기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핵심정보를 가지고 대응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시대다.

필자가 2015년 들어 첫 번째 읽은 책이 이지훈 작가의 ‘단(單)’ 이다.

5년전 ‘혼, 창, 통’이라는 책을 써 소통을 중시하자고 피력한 작가인데 새로운 책에서는 요즘 시대를 '버려야 사는 시대'로 묘사한다.

'버려라, 세워라, 지켜라' 라는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복잡한 세상을 잘 살아가려면 핵심을 가려내고 방향을 세우고 묵묵히 지키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버림으로써 핵심을 찾아내고, 미련을 떨쳐야 앞을 보고 달릴 수 있다.

마음속에는 중간쯤 짓다가 만 탑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고 또 새로운 탑이 공사가 시작된다. 짓다가 말 탑을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면 충분히 생각하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지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가고 성공한다. 오늘도 내 책상엔 우편물과 어디에선가 전달이 된 인쇄물들이 또 쌓여 있다. 읽어 볼 것인가, 버릴 것인가?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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