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오 청주시 정책기획과 기획팀장

30년 전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청주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청주는 참 깨끗한 도시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대외적으로 청주(淸州)라고 하면 이름 그대로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연상됐다.

그런데 수 십 년의 시간이 흘러간 지금에도 이 말이 과연 유효한지에 대해 청주시민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과연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 사이에 청주는 인구 30여만명의 중소도시에서 인구 84만 명에 달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도시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그에 비례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고 생활공간이 나아진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예전의 청주 구도심 형성이 단독주택 위주의 택지개발에 따른 것이었다면 최근의 택지개발은 대단위 아파트단지 위주로 이뤄져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민들에게 쾌적한 삶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측면보다 개발주체의 이윤추구가 우선시 됐고, 큰 그림에서의 짜임새 있는 도시개발이 진행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에 따라 청주는 도심과 주변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 숲으로 변했고 단독주택 지역은 재개발·재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도시경관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이곳에 사는 시민들은 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도시 가운데 청주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도시는 많지 않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시민들이 자긍심을 갖는 것이 청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다. 청주가 예전처럼 깨끗하고 맑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공공분야에서는 가로등과 같은 공공시설물에 대한 공공디자인을 적용하고 공원과 도로변 녹지, 파손된 도로 등 공공시설물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이뤄져야 도시미관을 개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건축허가를 할 경우 도시경관을 고려해야 하며 쓰레기 불법투기, 현수막, 에어라이트 등 불법광고물, 노점상·노상적치물, 불법주·정차 등 도시미관을 해치는 요인들을 찾아 위법사항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로 택지개발이 이뤄진 지역의 경우 제도적으로 광고물을 규제하다보니 현실은 간판 대신 편법으로 설치된 현수막과 에어라이트 등으로 인해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 맑고 깨끗한 청주를 만들기는 어렵다. 단속과 과태료 부과만으로 불법행위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시민의식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으나 우리는 스스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며, 선진시민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과 선진시민은 사적인 이익보다 공익을 생각할 줄 아는 시민의식 수준이 전제돼야 한다.

예컨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낡고 훼손됐거나 벽면이 퇴색돼 보기에 좋지 않으면 고치고 도색하는 등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나만의 건물이 아니라 우리의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건물이 도시미관을 해치고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이 쓰레기로 인해 지저분해져도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생각을 조금만 바꿔 기초질서부터 지키고 개인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확산될 때 맑고 깨끗한 청주의 옛 명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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