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 동구청장

아들아! 수고 많았다.

그리고 축하한다. 우리 나라의 청소년들의 통과의례인 '입시지옥'에서 드디어 해방됐구나.

그동안 힘들고 고달픈 하루하루를 보내며 나름의 마음고생도 많았을 게다.

정말 지긋지긋한 나날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훗날 뒤돌아보면 네 인생의 기반을 닦는 중요한 시기였다는 것을 알게 될거다.

이제 너만의 세상이 펼쳐지는구나.

네가 결정하고 네가 행동하고 네가 책임지는 그런 삶이 시작된 것이지.

정해진 길을 여럿이 갈 때는 모르지만 이제는 너의 선택 하나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 놓게 된단다. 지금부터 네 삶의 향방이, 네 인생의 기로가 결정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는 너 자신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단다.

입시 때문에 접어뒀던 책, 마음껏 펼치거라. 가고 싶었지만 참아야 했던 곳, 훌쩍 떠나 보자. 가족에게도 좀 더 가까이 가 보자.

가정의 충실을 말해 놓고 보니 아빠가 찔리는 것이 많다. 바쁜 공직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점 미안하구나. 얼마나 소중한 가정인데….

옛부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다. 가정의 화목이 행복의 원천임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 우리는 가정으로 돌아가 위로받고 힘을 키운다. 그곳에는 지친 영혼을 감싸주는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인생의 기초공사'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녀들 인생의 기초공사가 잘 닦여 있을 때 비로소 어머니의 사랑이 그 위에 건축된다는 것이다.

미안하다 아들아!

'우리 아들 딸, 아직은 기초공사가 끝나지 않은 나이'라고 자위하면서 아빠는 가정을 되돌아본다.

내가 들어설 자리는 분명 있겠지? 네 엄마가 이해해 주겠지? 네 두 누이동생도 받아주겠지? 아직 늦지 않았겠지?

어느 광고 구절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던가.

너나 나나 지난해 힘들고 바쁘게 보냈고 각자 성취도 했다. 너는 수능을, 나는 선거를 무사히 치러냈다.

자, 아들아! 이제 우리 떠나 보자.

일상 밖으로 나가서 나를 보고 우리를 보자.

배낭에 부자의 정을 담고 우물 밖을 돌아보자, 숲 밖에서 우리 숲을 조망해 보자. 나는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리고 자랑스런 우리 나라를 노래하고 사랑스런 우리 지역을 그리워하고 소중한 우리 가정을 돌보자꾸나.

특히 네 앞에 펼쳐진 삶을 침착하게 조망하는 그런 시간을 가져 보자.

부모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인생의 여러 갈래길을 보여 주고 설명해 주는 일과 격려해 주는 정도일 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너를 믿는 것이고….

자랑스런 나의 아들아!

새로움과 희망 가득한 새해가 밝았구나. 너는 세상에 한발 더 다가서고 나는 가정에 한발 더 다가서는 새해가 말이다. 올해에는 자아를 더욱 키우고 가정의 사랑을 더욱 키우자꾸나. 아빠도 약속하마. 노력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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