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유제봉 국제로타리 3680지구 2005-06총재

근래에 고학력자 며느리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일부 가정이긴 하지만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한 갖가지 해프닝들이 벌어지고 있다.

구시대 시어머니 세대들이야 과거 우선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부할 여력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학력수준이 낮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학력수준이 낮은 대신 가정교육은 뒤지지 않아 신세대 며느리들보다도 도덕적으로나 실생활 면에서 우위에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선 순종함의 미덕이 몸에 배어 있어서 가정을 다스리는데 무리가 없고, 가사노동 체험도 충분할 수 있어서 집안일이란 거의 수준급이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익숙한 신세대 며느리들에 대해서도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다. 과거 학창시절 학교교육에 매달리다보면 원치 않게 가정교육에 소홀해져 소위 버릇없는 며느리 쪽으로 찍히게 마련이다. 고부간 갈등의 원인이자 시작인 셈이다.

신세대들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새벽에 학교에 등교했다가 늦은 밤에야 귀가하게 된다. 시간적으로 가정교육이란 불가능하다. 흔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신·구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고부간의 갈등으로 얽히고설킨 문제의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해 본다.

시골에 외아들을 둔 부부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그 농부는 열심히 살면서 자식을 대학 졸업시켜 대학생 며느리를 보았으며 누구 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런 행복해 보이는 이 집에 고부간 갈등이 있을 줄이야. 시어머니가 보기에 현대식 교육을 받은 며느리 하는 일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잔소리를 자주 한다.

현대교육을 받은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잔소리가 처음에는 으레 통과의례니 하고 생각했으나 점점 자주한다. 시어머니에 대한 불만이 쌓이다보니 이제 만성이 되어 잔소리에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 싶어 반격의 기회를 엿보다가 어느 날 되받아치기를 하게 된다.

참다못한 며느리는 고부간으로써 지켜야할 어느 선을 넘었다고 판단해 어느 날 시어머니가 또 잔소리를 하자 "어머님, 대학도 안 나온 주제에 말도 되지 않은 잔소리는 그만 하세요"라며 대들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그 말에 주눅이 들어 그 날은 그것으로 일전을 치르고 끝났으나, 그 뒤로는 시어머니 잔소리가 있는 날에는 며느리는 "대학도 안 나온 주제에 그만하세요"라는 말로서 어미를 압박하니, 이제 시어머니는 잔소리는커녕 며느리에게 구박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에 시어머니는 너무 억울하고 기가 막혀 남편에게 하소연을 한다. "여보, 영감! 내 말 좀 들어보소! 저 며느리가 나를 대학을 안 나왔다고 너무 타박을 하니 이거 어디 억울해서 살겠어요?"하며 하소연 한다.

시아버지가 자세히 들어보니 며느리가 대학 나왔다고 시어머니를 구박한다는 요지였다. 너무나 괘씸해서 며칠 뒤 며느리를 조용히 불러 점잖게 한마디 한다. "아가야, 그 동안 시집살이에 고생이 많지, 내 휴가를 줄 터이니 친정에 가서 내가 오라고 할 때까지 쉬어라."

시아버지의 휴가 명에 며느리는 얼씨구나 좋다 하며 친정으로 갔다. 그런데 며느리가 친정에서 쉬고 있는데 열흘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시아버지의 오라는 전화가 없어 안달이 난다. 조급증을 느낀 며느리가 시댁에 전화를 한다.

"아버님, 저를 불러 주세요." 시아버지 하는 말 "너의 시어머니가 대학을 졸업할 때 그때에 오도록 하여라." 시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며느리는 하늘이 노랗게 변하며 통곡을 하며 땅을 쳤다는 이야기다.

한 토막의 우스갯소리로 받아넘길 수도 있겠으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뜻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사회에 수많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속 끓여가며 살아가시는 무수한 시어머니와 자기의 잘못을 잘 모르면서도 오히려 당연시 여기는 며느리들과의 갈등문제는 단순치만은 않다. 이야기라기보다는 교훈적 의미가 더 짙은 사례여서 소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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